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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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중독 父…2살 아들 주먹으로 명치 3회 내리쳐

"게임 하러 나가야 하는데 아이가 잠 안자 살해"
"게임 하러 나가야 하는데 아이가 잠을 자지 않아 살해했습니다"

온라인 게임에 빠진 20대 초반의 철없는 아버지가 28개월된 아들을 살해한 이유였다.

비정한 아버지 정모(22·무직·절도 등 전과3범)씨는 쓰레기 봉투에 아들 시신을 담아 길가에 버렸다.

그는 생활고로 인해 공장 기숙사에 돈을 벌러 간 아내와 지난 2월24일부터 별거를 시작했다.

28개월된 아들을 맡은 그는 바로 그날 게임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선 후 28일 오전 귀가해 아들을 이틀간 돌보곤 다시 집을 나갔다.

PC방을 전전하다가 지난달 7일 오후 1시께 귀가했다.

아들에게 된장찌개를 끓여 먹인 뒤 잠을 자고 일어난 그는 아들이 머리맡에 라면 부스러기 등을 흘려 놓은데 화가 났다.

저녁을 먹이고 난 후 PC방에 또다시 게임을 하러 가려고 했지만 아이는 좀처럼 잠들지 않았다.

정씨는 결국 이날 밤 11시께 아들의 명치를 주먹으로 3차례 내리치고 손바닥으로 입과 코를 막아 살해했다.

뒤이은 그의 행동은 더욱 엽기적이다.

아들 시신을 방치한 뒤 여관과 찜질방을 전전하다가 24일만인 지난달 31일 귀가했다. 부패로 악취가 나자 시신을 담요에 싸서 아파트 베란다에 내놓았다.

그리고 11일만인 지난 11일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모친이 부동산중개소에 아파트 전세를 놓은 사실을 기억, 타인에게 발각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는 아들 시신을 쓰레기 봉투에 담아 집 부근에서 1.5㎞ 떨어진 빌라 화단에 버렸다.

시신을 버리러 가는 도중에도 아파트 엘리베이터 거울을 보며 머리를 다듬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당초 아이를 방치해 숨졌다고 했다가 지난 14일 오후 경찰의 피의자 2차 신문조사때 코와 입을 막아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경찰이 일부 드러난 부검 결과를 갖고 추궁한 데 따른 것이다.

정씨는 고교시절 게임을 하다가 아내와 만나 살림을 차릴 정도로 지독한 게임광이었다.

한번 게임에 접속하면 사흘 밤낮을 게임에 빠져 지낼 정도였다고 한다.

그는 온라인 역할 수행 게임(RPG)인 '리그 오브 레전드'와 1인칭 슈팅게임(FPS) '서든 어택' 등 중독성 강한 게임을 즐겨했다.

두 게임 모두 지인 등과 한 팀을 이뤄 무기 등으로 상대편을 죽여야 이기는 공격적인 게임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경우 사용자의 게임 접속시간 확인 작업인 '게임 전적'이 포털 실시간 검색창에 오를 정도로 한번 시작하면 쉽사리 빠져 나오지 못하는 중독성이 강한 게임으로 알려져 있다.

게임에 중독된 부모가 자식을 살해한 사건은 잇따라 일어나고 있어 시급한 방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2년 4월 서울 송파구 한 PC방에서 게임을 하다가 진통을 느낀 여성(26)이 화장실에서 남자아기를 낳은 뒤 비닐봉지에 넣어 PC방 주차장 화단에 버려 숨지게 했다.

이밖에 2010년 12월에는 충남 천안에서 게임에 중독된 한 어머니(27)가 자신이 게임을 하고 있는데 2살난 아들이 방바닥에 오줌을 쌌다는 이유로 주먹과 발로 수차례 폭행한 뒤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