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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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작업 답답'…실종자 가족들 절규·분노

'공기주입장치 투입 계획보다 늦어진다' 발표에 거센 항의
전남 진도 해상에서 발생한 여객선 침몰 사고 이틀째인 17일 진도군 실내체육관에 모인 실종자 가족들은 구조 작업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며 극도로 긴장한 모습이다.

이들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을 기도했지만 이날 오전부터 학생·교사 등 추가 사망자 명단이 발표될 때마다 자신의 일인 것처럼 주저앉아 오열했다.

자녀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울음을 터뜨렸다가 잠시 뒤 신원 확인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부모도 있었다.

이날 오전 9시께는 한 학부모가 "잠수부 한 명이 오전 7시 40분께 선내 생존자들을 봤다는 얘기를 남편이 다른 사람한테서 전해들었다"고 말해 가족들이 크게 술렁이기도 했다. 

실시간 구조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운 가족들은 구조 작업 속도가 느린 것은 물론이고 현장에서 수색에 참여하는 인원이 고작 몇 명에 불과하다며 "너무 소극적으로 수색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쏟아냈다.

실종된 단원고 학생의 이모부 오모(36)씨는 "아이들이 선내에 살아 있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들리는데 수색은 너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며 "언론 기사를 보면 100여 명의 수색 인력이 투입됐다고 나오지만 실상 (현장에) 가보면 사람이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학부모 한 명도 "115명의 해경이 움직이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우리가 현장에 나갔을 때는 고속단정에 딱 7명이 타고 있었다"고 관계 당국을 질타했다.

학부모 대책본부의 송정근씨는 "어제 안철수 의원이 왔던데 왜 인사치레만하고 가는지 모르겠다"며 "차라리 경비정을 타고 나가서 (해경 등에) 빨리 구해달라고 말 한마디 해주는 게 더 의미있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날 낮 12시께 해양수산부와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측 관계자가 당초 낮 12시 30분으로 예정된 여객선 공기 주입 작업을 장비 확보 문제 등으로 오후 5시부터 진행할 예정이라고 발표하자 흥분한 실종자 가족들이 고성과 욕설을 내지르고 마이크와 물통을 던지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관계 당국을 향해 "자리만 지키면 되나. 아이들이 물속에서 떨고 있다"며 오열했다.

한편 익명을 요구한 한 남성은 앞서 오전 10시 40분께 체육관 단상에 올라가 실종자 가족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선장이라는 사람이 배와 함께 해야 하는데 먼저 구출됐다고, 기관실에 있던 사람들이 먼저 살아나왔다고 하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어느 한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려고 이 자리에 선 건 아니지만 이건 인재이고, 인재로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다"고 울먹였다.

사고 이틀째로 접어들면서 극도의 불안에 휩싸인 실종자 가족들은 관계 당국이 구조 작업 현황을 가감 없이 알려주고 신속히 구조 작업에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