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진도 여객선 침몰사고로 실종된 정원재(60)씨의 부인 김모씨는 17일 진도군 실내체육관 의자에 힘없이 기대앉은 채 말을 잇지 못했다. 이틀 전 남편이 ‘환갑맞이’ 기념으로 제주여행을 떠날 때까지만 해도 이런 일이 생길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세월호가 침몰하던 16일이 남편의 60번째 생일이라 축하한다며 떡을 만들어 안겨보낸 터였다. 김씨는 “저승 가는 길에 먹을 떡을 만들어준 셈이 됐다”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김씨는 남편과 함께 여행을 떠난 동창들의 근황 조차 몰라 답답하다. 그는 “(남편과) 같이 여행을 떠났다는 동창생의 명단도 언론보도를 통해 확인했다”며 “일행 중에 몇 명이 구조됐는지도 모르고, 구조된 동창들로부터 당시 상황에 대해 얘기라도 듣고 싶은데 알 수 가 없다”고 울먹였다.
김씨는 체육관에서 해경 관계자를 만나고서야 문자메시지를 보여주며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해경 관계자는 “알아보겠다”고만 할 뿐 아무런 위로의 말 없이 자리를 떴다.
여객선 세월호 침몰 이틀째인 17일 실종자 가족들이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에 모여 실종자들의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진도=김범준 기자 |
한 실종자 가족은 “모두가 똑같이 귀한 목숨인데, 다른 승객들에 대해서도 현황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도=이태영 기자 wooah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