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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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구해야 해"…마지막까지 세월호에 남아

세월호 선장을 포함한 선박직 직원 20명은 전원 생존했으나 승객 서비스를 담당하는 승무원들은 마지막까지 승객들을 구하다 실종되거나 숨졌다.

사무장 양대홍(45)씨는 사고 당일 오전 10시 아내 안소현(43)씨에게 전화를 걸어 “배가 기울고 있다. 통장에 있는 돈 아이 등록금으로 쓰라”고 말했다. 아내가 자초지종을 묻자 양씨는 “길게 통화 못 해. 아이들 구하러 가야 된다”는 말을 남겼다. 안씨는 “남편은 탈출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고 말했다.

승무원 박지영(26·여)씨는 학생들을 구하려다 변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씨는 배가 45도 기운 상황에서 3층 식당에 있던 단원고 학생 20여명을 보호했다. 박씨는 공포에 질린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혔고, 선체에 물이 차오르자 “바다로 뛰어들라”고 소리쳤다. 

박씨의 도움으로 구조된 한 학생은 “언니는 구명조끼 안 입느냐고 물었더니 ‘너희 다 구하고 난 나중에 나갈게’라고 했다”고 전했다. 학생에게 구명조끼를 양보하고 대피를 돕던 박씨는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반면 기관실을 책임지는 선원 6명은 선장의 퇴선 명령이 떨어지기도 전에 먼저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에게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 방송이 나가는 사이 통로를 훤히 알고 있는 선원들은 배를 버리고 먼저 탈출한 것이다.

이은정 기자 ehofkd1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