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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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대한민국 영웅… 부디 편히 가소서”

승객 돕다 숨진 박지영씨 발인식
‘의사자 지정’ 청원 3만명 넘어서
“이제 영영 못난 애미 곁을 떠나가는 거니… 하늘나라에서는 부디 행복하게 스물두살의 꿈을 펼치기를 기도할게.”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승객의 탈출을 돕다가 숨진 승무원 박지영(22·여)씨의 영결식이 22일 오전 인천시 중구 인하대병원에서 엄수됐다. 영결식에는 박씨의 어머니, 여동생 등 유족과 지인뿐만 아니라 고인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려는 시민들이 함께했다. 영결식이 진행되는 동안 유족과 지인들은 영정 앞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장례식장 복도에는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대한민국의 영웅입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조화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시신이 운구차에 실리자 박씨의 어머니와 여동생은 오열하며 주저앉았다. 박씨의 어머니는 “젊은 나이에 벌써 하늘나라로 돌아가서 어쩌냐… 돌아와”라며 통곡했다.

세월호 침몰 당시 승객들의 탈출을 돕다가 숨진 승무원 박지영씨의 시신이 22일 오전 인천시 중구 인하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운구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영결식을 마친 시신의 운구는 ‘승객들을 구하다가 숨진 고인의 마지막 길에 나서 남은 가족의 슬픔을 덜어주고 싶다’며 에스코트를 자원한 정복 차림의 경기도 시흥경찰서 경찰관 9명이 맡았다. 운구차는 경찰 오토바이 2대와 차량 2대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시흥시 신천동 고인의 자택으로 향했다.

생전에 살던 자택을 마지막으로 돌아본 고인의 시신은 인천시 시립화장장인 부평승화원에서 화장됐다. 박씨의 유해는 인천시의 권유로 부친 유해가 있는 부평승화원 봉안당에 안장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내가 죽으면 딸과 함께 묻히고 싶다’는 어머니의 희망에 따라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시안가족추모공원에 안장됐다.

사고 당시 “승무원들은 마지막까지 있어야 한다”며 학생들을 먼저 대피시킨 박씨를 의사자로 지정하자는 온라인 청원 참여자는 이날 오후 3만명을 넘어섰다. 정부도 지방자치단체나 유족의 의사자 선정 신청에 대비해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

인천=김준영 기자 papenqiu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