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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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번’ ‘63번’ ‘78번’… 가족을 찾습니다

일부 희생자 신원 확인 못해
시간 지나 사체 훼손될수록 ‘무연고 시신’ 속출 가능성도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일부 시신이 나흘이 지나도록 가족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와 대구 지하철 화재 사고 등 국내 대형참사에서 그랬던 것처럼 신원·가족이 확인되지 않는 ‘무연고 시신’이 나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23일 현재까지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희생자는 20일 오전 6시20분쯤 사고해역 부근에서 발견된 한 남성이다. 서른일곱 번째로 발견됐다는 의미의 ‘37번’으로 이름 붙은 이 희생자는 아직 찾는 가족이 없어 전남 목포 한국병원 냉동고에 안치돼 있다.

발견 당시 해경이 기록한 ‘37번’의 인상착의는 ‘175㎝, 넓은 이마 짧은 머리, 우측 무릎 상처, 통통한 편’이 전부다. 이후 진녹색 반소매 티, 곤색 반바지 운동복, 하늘색 패션 손목시계 등 옷차림이 추가됐지만 이 정보만으로 그를 찾아온 유가족은 없었다. 아시아 국적의 외국인이나 명단에 없던 탑승객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23일 진도실내체육관 앞에 설치된 인양 시신 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진도=이재문 기자
최초로 ‘37번’이 운구됐던 목포 세안병원 장례식장 관계자는 “우리나라 사람 같긴 한데 학생은 아닌 것 같고 대략 30대 남성으로 보이지만 연령이 확실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찾는 가족이 없자 해양경찰청 과학수사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37번’의 지문을 채취하는 한편 DNA 분석에 나섰지만 여전히 신원은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이 밖에도 단원고 여학생으로 추정되는 63번과 78번 등 24시간 이상 병원 냉동고에서 보관되고 있는 ‘신원미상’ 희생자는 23일 오후 3시 현재 총 9구다.

한 대학 법의학과 교수는 “DNA 대조를 통해 희생자 대부분 가족을 찾을 수 있겠지만 일부는 그렇지 못한 상황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며 “또 시간이 지날수록 희생자들의 사체 훼손이 심해지면서 일시적인 무연고 시신도 계속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목포·진도=이정우·이보람 기자 woo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