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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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째 지샌 밤…지친 가족들 건강 우려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9일째인 24일 140명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실종자 가족들의 심신이 지쳐가고 있다.

의료진들은 체력마저 고갈된 가족들이 충격을 받아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며 초조한 마음으로 가족들을 지켜보고 있다.

이날 전남 진도군 진도실내체육관에는 300여명의 실종자 가족들이 바닷속에 가라앉은 '세월호'의 구조 작업 소식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관군 합동구조팀의 선내 객실 수색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이후 100구가 넘는 시신이 수습되면서 800여명에 달했던 가족들도 체육관을 하나둘씩 빠져나가 절반 넘게 줄었다.

남아 있는 가족들은 말할 기운조차 잃었다.

차가운 바닷속에 갇혀 있는 자녀들 생각에 체육관 바닥에 차마 몸을 누이지 못하는 부모들, 손주들의 구조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노인들의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수습된 희생자 시신에 대한 신체 특징이나 신분증에 적힌 이름이 대형스크린에 뜰 때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지 벌써 9일째.

탈진해 쓰러지거나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군 의료진이 운영하는 응급환자 이동진료소에서 링거를 맞거나 병원으로 이송돼 응급 치료를 받는 가족들도 하루 100명(중복 치표 포함)을 넘었다.

대부분 계속 울어 수분이 빠지다 보니 탈수 증세로 실신하는 경우가 많다. 호흡이 너무 가빠져 몸 안에 이산화탄소량이 늘어나는 과호흡 증세 환자도 있었다.

대한약사회가 체육관 입구 옆에서 가족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종류별로 준비했던 6000여개의 치료약도 모두 동이 나 추가로 지원 받았다.

2~3일 전부터 체육관을 떠나는 가족들이 늘면서 이동진료소나 약을 찾는 사람이 줄어든 대신 서울대병원 등에서 운영하고 있는 심리치료와 상담 진료를 이용하는 가족들이 늘고 있다.

먼저 찾아가는 가족을 보기 어려웠던 것과 달리 22일부터는 내과 진료를 받거나 심리 상담을 받기 위해 위한 가족들로 일부 진료소는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다.

심리 상담을 맡고 있는 병원 한 관계자는 "자세한 상담 내용 등은 말할 수 없지만 심리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가족들이 크게 늘었다"며 "대부분 불면증과 불안 증세를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심신이 극도로 지친 상태에서 정신적 충격까지 더 해질 경우 매우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낮 12시17분께 추가로 수습된 희생자 7명의 신체 특징이 실내체육관 대형스크린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9일째 반복되는 상황에 눈물도 통곡도 뱉어내지 못한 가족들은 자리에 주저앉았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