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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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자살·타살 결론 못 내…물음표 그대로

국과수 ‘판명 불가’ 발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전남 순천 송치재 인근 매실 밭에서 발견된 시신을 정말 분석해 유병언 청해진해운 회장임을 확인했다. 여러 법의학적 소견을 종합했을 때 유 회장이 아닐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결론이다. 하지만 과학 기술을 총동원했음에도 이미 시신이 지나치게 훼손돼 사인을 규명하는 데는 실패했다.

국과수는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12일 순천에서 수습된 시신이 유 회장이라고 확인했다. 국과수는 시신의 신장을 측정한 결과 키가 159.22±3.8㎝라고 했다. 유 회장의 키는 160㎝ 전후로 알려져 있다. 다른 신체적 특징 역시 알려진 대로였다. 육안과 엑스레이를 통해 시신의 왼손 검지 끝마디 뼈 결손과 약지의 일부 변형이 확인됐고, 치아는 유 회장 주치의가 사전에 준 정보와 일치했다. 시신의 윗니에서는 금니가 왼쪽 2개, 오른쪽 4개가 발견됐고 아랫니에서는 좌우 2개씩 금니가 박혀 있었다.

DNA 검사도 1차 검사 때와 똑같이 나왔다. 국과수는 신체 7군데에서 DNA를 채취해 이미 확보한 유 회장의 것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시신이 바꿔치기됐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유 회장의 신원은 확인됐지만 사인은 불명이다. 시신을 훼손하지 않고도 혈관의 분포와 장기 상태를 3차원으로 세밀하게 촬영할 수 있는 다중채널컴퓨터단층촬영(MDCT) 기법까지 동원됐지만 사인을 밝혀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훼손 정도가 심했던 탓이다. 서중석 국과수 원장은 “사인은 주어진 조건에서는 정확히 밝혀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간, 폐, 근육에 남아 있는 독극물을 분석한 결과 감정물, 약성분, 일반독물, 마약류 등은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당뇨병 유무를 알 수 있는 케톤체류도 나오지 않았다. 0.023%의 미량 알코올이 검출됐지만 이는 시신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알코올보다도 낮은 수치로, 사망 당시 음주했는지를 판단할 수는 없다는 게 국과수 측의 설명이다. 국과수는 이 같은 결과를 토대로 약물에 의한 사망 가능성을 배제했다.

다른 사망 원인으로 질식사와 내부장기 소실로 인한 지병, 멍 등 외력을 꼽을 수 있지만 이는 확인자체가 불가능했다.

목을 조르는 등 외력을 가해 질식사했다면 연골이 손상되는데 이미 시신의 목 부위에는 연골이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이다. 시신이 너무 오래 방치된 탓에 코와 입 등을 통해 들어간 것으로 추정되는 구더기 등으로 시신을 인계받았을 당시 이미 목과 몸통이 분리돼 있었고 위와 장 등 내부 장기도 대부분 훼손됐다. 다만 경찰이 밝힌 것과 달리 유 회장의 시신은 백골화된 상태는 아니었다. 백골화는 옷 등으로 감싸지지 않은 두부와 안면부, 목에서만 확인됐다. 뼈의 손상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가해가 없었는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서중석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이 25일 서울 양천구 서울분원에서 유병언 청해진해운 회장의 치아 구조를 촬영한 사진을 보이며 시신 감정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사망 시점도 알 수 없었다. 일반적으로 온도와 습도에 따른 부패균의 침습 정도, 구더기와 번데기의 크기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사망시점을 추정하지만 시신은 발견 당시부터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시신이 공기 중에 노출된 데다 발견 후에도 단순 변사자 처리돼 냉동고에 방치되지 않았다면 사망시점이나 사망원인 추정이 가능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과수는 현장에서 수거한 증거물 중 소주병과 스쿠알렌병에서 유 회장의 DNA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DNA가 유씨 몸에 붙어 있던 파리 등을 통해 옮겨진 것일 수 있어 유씨가 이 물건들을 직접 챙겼다고 속단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유 회장의 자연사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시신이 심하게 부패하고 대부분의 장기가 소실된 탓에 정확한 분석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타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국과수의 입장이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및 유병언 전 회장 관련 정정 및 반론]

지난 5월 25일 이후 기독교복음침례회 및 유병언 전 회장 관련 보도에 대하여, 유 전 회장이 밀항이나 정치적 망명을 시도하거나 정관계 로비나 비호를 받은 사실이 없으며, 금수원 내에는 지하터널이나 지하벙커가 없음이 검찰 수사 결과 확인되어 이를 바로 잡습니다.

또한, 유병언 전 회장은 청해진해운으로부터 4대보험이나 국민연금을 받은 사실이 없으므로 청해진해운 회장이라고 할 수 없으며, 유 전 회장이 세월호 내부 증개축을 지시한 사실이 없으며, 유 전 회장의 세모그룹은 1997년 부도 당시 적법한 절차에 따라 법정 관리를 받았으며, 김혜경 씨 등 특정 개인이 유 전 회장의 비자금을 관리한 사실이 없으며, 경기도 안성, 경북청송 제주도, 경북 봉화, 울릉도 등의 영농조합들은 유 전 회장 소유가 아닌 해당 조합원들의 소유이며, 유 전 회장은 ‘김혜경이 배신하면 구원파는 모두 망한다’는 발언을 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밝혀왔습니다.

그리고 국과수를 통해 유 전 회장의 사망 시점이 확인됨에 따라서 기독교복음침례회에서 유 전 회장의 도피를 조직적으로 도왔거나 ‘김엄마’와 ‘신엄마’가 도피 총괄 지휘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밝혀와 이를 확인하였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