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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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폰 40년 아성 허물고…'인조대리석' 최고 눈앞

[세계 일류상품 DNA를 키우자] ⑬ 건축자재 업계 강자 LG하우시스
부엌가구, 세면대, 벽면 마감재 등으로 널리 쓰이는 인조 대리석은 1960년대 후반 처음 개발에 성공한 미국 화학기업 듀폰이 세계시장에서 40년 넘게 독주하고 있다. 그러나 듀폰은 지난해 들어 시장 점유율이 20%대까지 밀려 정상 수성이 위태로운 형편이다. 듀폰의 아성을 깰 기업으로는 국내 건축자재 업계에서 매출이 가장 많은 LG하우시스가 유력하게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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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국내에서는 듀폰을 멀찌감치 밀어내고 1위를 달리고 있고, 세계시장에서도 20%대 점유율을 넘보면서 듀폰을 바짝 뒤쫓고 있다. 지난해에는 듀폰이 주름잡는 북미의 캠핑카용 인조 대리석 시장에서 점유율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016년 인조 대리석 세계 1위 노린다

LG하우시스는 5년에 가까운 독자적인 연구·개발(R&D)을 통해 인조 대리석 생산을 위한 공정을 개발해 1994년부터 설비투자에 들어갔다. 당시 일본에서 현지 기술진의 도움을 받아 시험생산 설비에서 만든 제품을 국제 전시회에 가져갔는데, 듀폰 안방인 미국 시장의 반응이 가장 뜨거웠다고 한다.

천민철 표면소재 기획팀장은 12일 “미 바이어들은 듀폰 제품보다 색상이 더 좋다고 평가했는데, 1995년 충북 청주공장에서 ‘하이막스’라는 브랜드로 상업생산을 시작하자 생산량을 뛰어넘는 주문이 쏟아졌다”고 회고했다.

경쟁 제품과 달리 열 가공이 가능한 하이막스는 원하는 형태로 쉽게 구부릴 수 있어 다양한 디자인을 소화할 수 있는 데다 접착제로 연결해도 이음매가 보이지 않아 인기가 치솟았다. 반투명성으로 시각적인 멋도 더했다. 내구성, 균일성, 위생성 모두 경쟁사를 압도해 중국의 상하이 동방명주 타워와 광저우 오페라하우스,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 박물관,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포르셰 자동차전시장, 스페인 마드리드의 푸에르타 아메리카 호텔 등 최고급 인테리어 자재로 지어진 유명 건축물들을 장식하는 영광까지 안았다.

하이막스가 이처럼 탄탄대로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공격적인 설비 증강으로 한때 위기가 찾아왔다. 1호 생산라인을 설치한 청주공장에 1999년 2호에 이어 2002년 4호까지 늘리고 2004년 미국 조지아주에도 생산법인을 세운 LG하우시스는 얼마 안 돼 이에 따른 고정비 증가와 시장 침체로 시련을 겪어야 했다. 사정이 마찬가지인 국내 동종업계에서는 적자 지속과 50%에 이른 불량률에 무릎 꿇고 사업을 포기한 업체까지 나타났다.

이와 달리 LG하우시스는 품질과 생산성 향상에 매달렸다. 설비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불량률을 10% 이하로 낮추고, 국내 생산라인을 2개로 축소해 대응했다. 천 팀장은 “대신 생산 속도를 높이는 데 힘썼다며, 조만간 세계 최대 생산성을 자랑하는 듀폰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품질과 생산성 업그레이드에 흘린 땀방울은 실적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은 하이막스 매출 호조 등에 힘입어 전년보다 102.3% 늘어난 1146억원으로 치솟았다. 천 팀장은 “2011년 개선 조짐을 보인 하이막스는 지난해부터 본격 반등했다”며 “조만간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성을 갖춘 공정 가동에 들어가는 만큼 2016년에는 세계시장에서 생산량과 매출 모두 듀폰을 제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엔지니어드 스톤으로 새 먹거리 찾다

건축자재 시장이 고급제품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LG하우시스는 천연 대리석에 더욱 가까운 ‘엔지니어드 스톤’으로 눈을 돌렸다. 천연석 50%에 아크릴계 합성수지를 대등한 비율로 혼합한 인조 대리석과 달리 엔지니어드 스톤은 천연 돌이 90% 이상 차지한다. 인조 대리석에 비해 가공이 쉽지 않지만, 천연 대리석처럼 흠이 나지 않아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수요가 크다. 천 부장은 “앞으로 엔지니어드 스톤의 시장 규모는 연평균 7%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5%로 예상되는 인조 대리석보다 성장성이 높다”고 전했다.

미 조지아주에서 2011년 설비투자에 들어간 LG하우시스는 이듬해부터 ‘비아테라’라는 브랜드로 엔지니어드 스톤을 생산 중이다. 비아테라는 표면에 틈새가 없는 무공질 소재로 제작해 물이나 오염물이 스며들어 악취와 세균 번식을 유발하지 않도록 고안돼 시장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이런 품질에 대한 자부심을 바탕으로 LG하우시스는 업계 최초 10년 품질보증을 약속하는 한편 생산라인을 하나 더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LG하우시스는 앞으로 중국과 동남 아시아, 중동을 비롯한 성장 유망한 신흥시장으로 인조 대리석 유통망을 다변화해 매출을 키울 계획인데, 엔지니어드 스톤도 함께 시장 개척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