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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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조국 정국’ 벗어날 수 있을까

사진=뉴시스

청와대가 추석 연휴 이후 ‘조국 정국’을 탈출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청와대는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따른 추석 민심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 임명 이후 나온 여론조사에선 대체로 임명에 비판적 의견이 많다. 예를 들어 SBS가 칸타 코리아에 의뢰해 조국 법무부 장관이 임명된 지난 9일 오후부터 11일 낮까지 전국 성인남녀 102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조국 장관과 관련한 검찰 수사를 두고 정당한 수사라고 응답한 비율은 60.2%로 무리한 정치개입이라는 응답(35.6%)보다 많았다.

 

그러나 청와대 내부에선 조 장관이 검찰 개혁에 시동을 본격화하면 비판 여론이 잠잠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 장관이 전면에 나서서 ‘윤석열 검찰’에 대한 개혁을 착수, 검찰개혁 의제를 내세우면 비판 여론이 일부 가라앉을 것이라고 본다는 얘기다. 조 장관이 취임 이후 검찰개혁추진 지원단을 구성하고 감찰을 활성화하겠다고 천명했다는 점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조 장관이 ‘인사권’과 ‘감찰권’으로 개혁에 시동을 걸어 여론 반전을 꾀할 수 있다는 복안인 것이다.

 

11일 오후 윤 총장이 점심 식사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는 특히 조 장관이 윤 총장을 상대하는 모습을 연출하게 되면서, 청와대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만약 지금 청와대가 전면에 나설 경우 국가정보원 댓글조작 사건 때 등장한 ‘박근혜정부 대 윤석열’ 구도가 재생되면서 여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조 장관이 윤 총장과 대결을 잘 넘기게 되면 윤 총장을 넘어선 무게감을 가지게되는 정치적 성과 역시 거둘 수 있다.

 

청와대가 추진 중인 한반도 평화외교 역시 ‘조국 정국’ 탈출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은 22일부터 26일까지 미국 뉴욕을 방문해 유엔총회에 참석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라고 추석연휴 기간에 전격 발표했다. 여권에선 문 대통령이 북·미간의 비핵화 협상과 한·미 동맹 재확인 등 주요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보임에 따라, 국정 동력이 자연스럽게 되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를 향한 거대한 톱니바퀴가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관측을 해본다”(고민정 청와대 대변인)는 말에서도 그런 기대가 읽힌다.

 

다만 청와대의 이런 기대가 현실적으로 나타날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우선 조 장관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가 어디로 튈지 모른다. 조 장관과 관련된 의혹이 하나라도 나오게 되면 수사는 물론이고 정국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돌입하게 될 수 있다. 또 조 장관 본인 역시 아직까지 구체적인 검찰 개혁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변수다. 사정기관 안팎에선 조 장관이 전임 박상기 법무부 장관처럼 실패한 검찰 개혁론을 반복하게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어떤 의미에서는 검찰이 정권을 명운을 쥐던 과거의 불행을 또 다시 반복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지금정부가 검찰로 너무 많은 목표를 한꺼번에 달성하려고 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