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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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락마사지, 알고 받으세요"

경락 마사지 ‘효과 일시적, 오래 못 간다’
얼굴 작아지고, 살 뺀다는 말 못 믿어
온몸이 멍 투성이로 변한 주부 신모(41·사진)씨.
‘경락 마자시를 통해 살을 뺄 수 있다’는 광고에 현혹돼 집근처 ''H 스포츠마사지’에 몸을 맡겼다가 온몸이 만신창이가 됐다.
김씨는 “얼굴과 팔뚝, 종아리 등 보이는 곳마다 시퍼렇게 멍이 들어 외출을 삼가하고 있다”면서“살을 빼는 것도 좋지만 (경락 마사지 받는게)너무 아파 또 받을지는 좀더 생각을 해봐야겠다”고 혀를 내둘렀다.
요즘 거리를 다니다 보면 온몸에 멍이 시퍼렇게 든 여성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멍 부위도 얼굴, 팔뚝, 종아리 등 온몸에 퍼져 있다.
이를 두고 일부 사람들은 “요즘 매맞는 여성들이 많다”며 의아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온몸에 멍이 든 여성들이 갑자기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경락 마사지’때문이다.
경락은 오장육부에 생긴 병이 몸 거죽에 나타나는 자리를 말한다. 여기에 침이나 뜸, 마사지 등으로 자극을 주면 병이 나을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잘못된 경락조절 시술로 인한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경락 마사지만 받으면 무조건 예뻐진다’는 기대감에 몸을 맡겼다가 얼굴이 퉁퉁 붓거나, 온몸에 피멍이 드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경락 마사지는 일시적인 효과는 있지만 영구 효과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여성들 사이에서는 경락조절 시술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있다. 그 원인은 일부 연예인에서 찾아볼 수 있다.
텔런트 K씨, S씨와 같은 연예인들이 방송에 나와 ‘경락마사지 등으로 얼굴이 작아졌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면서 붐이 일어난 것이다. 이들이 ‘얼짱’ ‘몸짱’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것. 이에 기자는 경락 마사지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기 위해 직접 체험을 해봤다.
【경락 마사지 체험】
◆얼굴 경락 마사지=지난 4일 서울 강남의 S스포츠마사지.
남자라 얼굴 경락 마사지만 한다고 했다. 1회 비용은 8만8000원.
마사지숍에 따르면 얼굴 경락 마시지는 크게 두가지로 성형과 축소 경락 마사지가 있다. 성형 마사지는 미남형으로 얼굴 틀을 잡아주는 것이고, 축소 마시지는 말 그대로 얼굴을 작게 해준다고 했다.
기자는 축소 경락 마시지를 택했다.
2평 남짓한 관리실에 들어서려는 순간 옆 관리실에서 한 여성의 ‘아파요…’라는 신음소리가 들렸다. 덜컥 겁이 났다.
관리사의 안내를 받으며 침대에 눕자, 또 다시 옆 관리실에서 ‘너무 아프다’고 소리를 질렀다.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다.
관리사는 “조금 아플수도 있다. 예뻐지는데 아픈것 쯤이야 참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약간의 올리브향이 나는 오일이 얼굴에 골고루 퍼지면서 관리사의 손놀림이 빨라졌다. 기자의 엄지발가락엔 힘이 들어갔고, 심장은 쿵쿵 뛰었다. 10여분이 지났을까. 관리사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면서 얼굴을 누르는 강도가 점점 세졌다.
아픔을 참느라 얼굴이 일그러졌는지, “아프면 말하라”는 관리사의 말이 반갑게 들렸다. “참을 수 있다”고 하자 관리사는 “얼굴을 작게 하는게 쉬운일만은 아니다. 앞으로 4∼5번 더 받으면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추가 경락 마사지를 권유했다.
1시간쯤 흘렀을까. 마사지를 마치고 거울을 보자 얼굴이 퉁퉁 부어 있었다. 입도 좌·우, 상·하로 제대로 벌려지지 않았다. 얼굴 전체가 화끈 거리면서 쿡쿡 쑤셔, 그냥 생긴대로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신 경락 마사지=내친김에 전신 경락 마사지를 받아보기 위해 인근 P스포츠마사지를 찾았다.
20평 남짓한 마사지샵에 들어서자 3명의 고객이 대기하고 있었다. 모두 여자였다. 이들은 이곳이 전신 경락 마사지로 소문난 곳이라며 소곤댔다.
직원의 안내를 따라 관리실로 들어간 기자는 일회용 속옷과 반팔 티셔츠로 갈아입은 뒤 구멍이 뚫린 침대에 얼굴을 박고 엎드렸다. 곧바로 관리사의 마사지가 시작됐다. 몸의 경혈을 눌러 혈액 순환을 도와준다는 경락 마사지였다.
관리사는 손바닥과 팔꿈치로 등과 다리를 오가며 누르기 시작했다. 어깨와 허리 등 근육이 뭉친 부위는 컵모양 도자기로 세게 문질렀다.
“아프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당장이라도 그만 두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돈이 아까워 버텼다. 기자의 고통을 달래주기라도 하듯 관리사는 “어깨와 목이 많이 안좋다. 오늘 많이 풀렸다”며 “몇번와서 풀어주면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피부 관리를 할때는 기계를 사용했다.“피부에 약한 잔류를 쏴 혈액 순환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1시간여동안 마사지를 받고나니 두가지 느낌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시원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얻어맞은 것처럼 몸이 쑤시고 아팠다.
이튿날엔 팔뚝과 종아리부분에 알이 밴 것처럼 거동이 불편했다. 특히 복부 부분은 웃지도 못할 정도로 아팠다.
P스포츠마사지 원장은 “(전신)경락 마사지는 일주일에 2회 정도 받을 수 있다”면서“처음이라 아프지만 자주 받다보면 차츰 아픈게 사라지고 몸짱이 될 수 있다”며 다시 찾아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비용으로 10만원을 지불하면서 "다시는 찾고 싶지 않다”는 생각과 함께 쓴웃음만 나왔다.
【효과 있나】
◆경락 마사지 받으면 얼굴 작아질까=마사지를 받으면 혈액순환이 좋아져 얼굴의 부기가 빠지고 피부에 탄력이 생긴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따라서 전문지식을 가진 관리사에게 장기적으로 마사지를 받으면 얼굴이 작아지는 것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마사지를 중단하면 다시 원래 크기로 돌아간다. 익명을 요구한 한 스포츠마사지 원장은 “경락 마사지로 얼굴이 작아진다면 우리나라 사람 모두 ‘얼짱’이 되어 있을 것”이라며 "수술로 턱과 광대뼈 등을 깎지 않는 이상 얼굴을 작게 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살이 빠질까=경락 마사지는 근육을 이완시키고 부종을 완화시켜준다. 하지만 “마사지 만으로 살이 빠지지는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사지샵들은 ‘자신도 놀라울 정도로 살이 빠진다’고 광고한다.
서울 한남동 J피부미용 관리실 관계자는 "우리가 주문하는 것만 지키면 누구나 몸짱으로 만들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마사지를 받는 동안 저녁 6시 이후에는 아무것도 먹지 말 것 채소와 과일을 즐겨 먹을 것 유산소 운동을 하루 1시간 이상 할 것 등의 주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규칙만 실천하면 경락 마사지를 받지 않아도 저절로 살이 빠진다. 경락 마사지 업소들이 돈벌이를 위해 교묘하게 ‘다이어트 효과’를 강조하는 것 뿐이라는 얘기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