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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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비밀감옥선 17척 운영"

영국 인권단체 "테러용의자 불법 수감" 주장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체포한 테러 용의자를 수용하기 위한 ‘감옥선’을 비밀리에 운영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2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런던 소재 인권단체인 리프리브는 “미국이 2001년 이래 선박 17척을 테러와의 전쟁에서 붙잡은 용의자를 재판 없이 신문하거나 수감하는 ‘비밀 감옥’으로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감옥선에는 미 해군 상륙함인 바탄호와 펠렐리우호가 포함됐으며, 그 외 15척은 미국과 영국의 군사기지로 이용돼온 인도양의 영국령 디에고 가르시아 섬 인근 해상 등에서 활동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감옥선과 관련된 정보는 미군, 유럽의회 등의 성명과 수감자 증언 등 여러 경로로 나왔다.

리프리브 측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감옥선과 같은 관행이 없어졌다고 선언한 2006년 이후에도 테러 용의자 200명 이상이 새롭게 본국에 인도됐다”고 밝혔다. 리프리브는 미 상륙함 애슐랜드호가 지난해 초 국제테러조직 알 카에다 요원을 붙잡기 위해 소말리아 해상에 벌였던 작전 당시 선박에서 수감자를 취조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리프리브의 법률 담당자인 클라이브 스태퍼드 스미스는 “미국은 언론과 법률가의 눈을 피해 선상 감옥을 선택한다”면서 “미국 정부는 자체 승인에 따라 현재 적어도 2만6000명을 재판 없이 비밀 감옥에 수감하고 있으며, 2001년 이래 8만여명이 그런 경험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자유민주당의 에드워드 데이비 대변인은 “부시 행정부가 영국 영토를 불법수감 장소로 이용하고 있다면 이는 양국 간 신뢰에 균열을 초래할 것”이라며 “영국 정부는 그 같은 불법행위를 지지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석호 기자 sok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