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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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직접구매 1조 시대] (中) 소비자 피해 급증

직장인 이혜원(26)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당했다.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직접 구매한 커피 기계가 파손된 채 배달된 것이다. 이씨는 정상 제품으로 교환하기 위해 해외 쇼핑몰에 항의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더욱 기가 막혔다. “정상 제품을 정상적으로 배달했기 때문에 교환이나 환불을 해줄 수 없다”는 업체 입장만 늘어 놓았다. 결국, 이씨는 새 제품으로 교환을 포기하고 한국소비자원에 피해 구제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최근 해외 직접구매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이씨처럼 피해 사례도 크게 늘고 있다. 반품 시 과도한 배송료나 수수료를 요구하는 것은 다반사다. 또 관세 환급 거부, 배송 지연, 사후서비스 불가 등 저렴한 가격에 덜컥 구매했다가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도 많다. 더구나 국내법이 해외쇼핑몰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환불 등 피해구제는 기대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해외 직접구매 소비자 피해 봇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접수한 해외 직접구매 소비자 불만은 1551건으로 전년(1181건)보다 31.3% 증가했다. 작년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7개월 동안 접수된 해외 직접구매 소비자 불만 1066건을 분석한 결과, 불만 사유중 반품 시 과도한 배송료나 수수료 요구(29.5%)가 가장 많았다. 또 구매 취소·환급 지연·거부(26.4%), 배송 지연·배송 중 분실(19%), 제품 불량·파손·사후서비스 불가(11.8%), 구매대행사이트 사업자의 연락 두절(6.4%) 등이 뒤를 이었다.

대학생 김소희(22)씨는 최근 해외 직구를 통해 11만원 상당의 티셔츠를 구입했다. 그러나 주문 후 2주 만에 도착한 티셔츠는 입고 다닐 수 없을 정도로 사이즈가 너무 커 교환을 위해 다시 미국으로 보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옷이 도착하지 않아 애간장만 태우고 있다. 김씨는 “해외 직접구매 물건이 종종 분실된다는 말을 들어 불안하다”고 걱정했다.

해외 직접 구매물품을 반품이나 환불할 때 관세 환급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현숙 컨슈머리서치 대표는 “해외 직접구매가 새로운 소비 유형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관세 관련정보가 거의 알려져 있지 않고 과정이 복잡하다”며 “수출기업에 맞춰져 있는 관세 환급 제도를 개인 간 거래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법·제도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문 전에 교환·환불 규정 확인해야

사실상 해외 직접구매는 교환이나 환불이 어렵다. 항의 이메일을 보내는 방법 외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도 없는 것이다. 따라서 해외 직접구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주의하는 수밖에 없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해외구매대행 쇼핑몰 등을 통해 구입한 경우에도 전자상거래법에 의거해 청약 철회가 가능하므로 주문 전에 교환·환불 규정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해외구매대행 상품의 경우 국내에 해당 업체가 없거나 해외에서 구입한 품질보증서가 인정되지 않는 수가 있어 애프터서비스가 가능한 제품인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