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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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명절이 달갑지만은 않아요"

#. 주부 김모(45)씨는 최근 자주 통장 잔액을 확인한다. 명절 때마다 나가는 부모님 용돈, 조카들 용돈이 큰 부담인 탓이다. 김씨는 “오랜만에 친척들 만나 안부 나누는 시간이 참 좋다”면서도 “올해 설날에는 부모님 용돈으로 얼마를 드려야 하는지, 조카들 세뱃돈은 얼마씩 줘야 하는지 고민된다”고 털어놓았다.

2015년도 벌써 한달 반 가량 지난 가운데, 올해 설날은 18일부터 22일까지 총 5일간 연휴를 즐길 수 있다. 여느 해보다 긴 명절, 우리 국민들은 이번 설을 어떻게 보낼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한국갤럽이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3일간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3명에게 ▲이번 설 연휴 고향 방문 계획 여부 ▲초등학생·중학생에게 줄 세뱃돈으로 적정한 금액은 얼마로 보는지 ▲설에 한복을 입는지 ▲가족·친지들과 하는 설 놀이 등에 대해 물었다.

설 연휴를 맞아 1박 이상 일정으로 고향을 방문하거나 관광 여행을 할 계획이 있는지 물은 결과 '고향 방문 계획만 있다'는 응답이 39%, '고향 방문과 관광 여행 모두 계획하고 있다' 1%로 우리 국민 40%가 고향 방문 계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광 여행 계획만 있다'는 4%, '둘 다 계획 없다'는 56%였다.

지난 2013년 설은 주말 포함 3일로 짧았던 탓에 1박 이상 일정으로 고향을 방문하려는 사람이 36%로 적은 편이었지만, 4일 연휴였던 2014년에는 43%로 늘었고 5일 연휴인 올해는 40%로 작년과 비슷했다.

설 연휴 고향 방문 계획을 연령별로 보면 결혼이나 취업 등으로 부모로부터 독립한 자녀 세대인 20·40세대는 약 50%로 높은 편이었고, 자녀의 귀향을 맞이할 부모 세대에 해당하는 60세 이상에서는 12%로 가장 낮았다. 그러나 작년에 비해 30대와 40대의 고향 방문 계획은 다소 줄었다.

우리의 음력 설은 과거 오랜 기간 동안 '구정'으로 불리다가 1985년 '민속의 날'로 지정돼 하루 공휴일이 됐고, 1989년 비로소 '설날'로 개칭돼 전후 하루씩 총 3일 공휴일이 됐다. 이번 조사 결과 우리 국민의 92%는 '음력 설'을, 3%는 '양력 설'을, 3%는 '둘 다 지낸다'고 답했으며 '둘 다 지내지 않는다'는 응답도 1% 있었다.

한편, '세배(歲拜)'는 정월 초하룻날에 하는 새해 첫 인사다. 남녀노소가 새 옷으로 갈아입고 차례를 지낸 후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절을 한다. 이때 덕담과 함께 세뱃돈도 오가는데 세뱃돈을 주는 입장이라면 누구나 얼마가 적당한지 한 번쯤 고민했을 것이다.

지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세뱃돈은 어느 정도일까. 이번 조사에서 파악된 바로는 초등학생은 1만원, 중학생은 3만원 정도를 기준으로 가감하는 것이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초등학생에게 줄 세뱃돈으로 얼마 정도가 적당한지 물은 결과 '1만원'이 53%로 가장 많았고, 2만원과 3만원이 각각 13%였으며 8%는 '5만원'을 답했다. 평균 금액은 1만7100원이었다.

반면 중학생 세뱃돈으로는 ▲'1만원' 16% ▲'2만원' 22% ▲'3만원' 28% ▲'5만원' 25%로 3만원이 가장 많았지만 1만~5만원까지 의견이 분산됐다. 중학생 세뱃돈 평균 금액은 3만2900원으로 초등학생의 2배에 가까웠다.

흔히 설날과 같은 '명절 풍경' 하면 한복을 입고 친척 어르신을 찾아 뵙는 장면을 떠올리지만, 사실 최근에는 보기 드물다. 아마 그 이유는 한복을 입지 않아서일 것이다.

작년 설에 한복을 입었다는 사람은 열 명 중 한 명에 불과했다. 세대별 차이를 감안하면 앞으로 설날에 한복 입은 사람을 보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2014년 설 명절에 한복을 입었는지 여부를 물은 결과 10%만이 '입었다'고 답했고, 90%는 입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 차이는 없었지만 세대별 차이는 있어 60대 이상에서는 18%가 한복을 입었다고 응답한 반면 20대 5%, 30대는 3%만이 한복을 입었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설 명절에 가족과 친지들과 어떤 놀이를 했는지 물은 결과, '윷놀이'는 32%, '고스톱'은 19%가 했다고 답했으며 전체 응답자의 절반(54%)은 가족 및 친지와 함께한 놀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명절 놀이 경향은 최근 3년간 조사에서 비슷하게 나타났는데 2006년 조사와 비교하면 '고스톱'을 했다는 비율이 42%에서 19%로, '윷놀이'를 했다는 비율은 38%에서 32%로 줄었고 이에 반해 '가족과 놀이를 하지 않았다'는 비율은 39%에서 54%로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와 함께 설 명절이 다가오는 것이 즐거운 일인지 물은 결과 58%는 '즐거운 일이다' 33%로 우리 국민의 절반 이상은 즐겁다고 답했지만, 즐겁지 않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9%는 의견을 유보했다.

응답자 특성별로 보면 '즐겁다'는 응답은 특히 20대(79%), 학생(80%)에서 많았고 '즐겁지 않다'는 응답은 ▲50대(45%) ▲자영업자(40%) ▲블루칼라(44%) ▲가정주부(41%)에서 상대적으로 많았다.

설과 같은 명절은 명절 음식, 차례 준비, 장거리 이동 등 기혼 여성들에게 큰 부담으로 인식되어 왔다. 올해 설 역시 '즐겁다'는 응답은 남성(63%)이 여성(54%)에 비해 많았지만 '즐겁지 않다'는 응답에 대한 남성(31%)과 여성(35%)의 차이는 과거에 비해 상당히 줄었다(2006년 '즐겁지 않다' 남성 31%·여성 50%). 이번 설 맞이 기분 질문에서는 생활수준 하층에서만 '즐겁다'(41%) 보다 '즐겁지 않다'(49%)는 응답이 더 많았다.

한국갤럽 관계자는 “지속된 경기불황에 따른 경제적인 어려움에 명절일수록 더 소외되는 이웃에 대한 보살핌이 필요하다”며 “한데 모인 가족·친지중에서도 각자의 상황에 따라 즐거움의 정도가 다른 만큼 따뜻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