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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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화재보다 더 위험한 연기…대피 요령은?

화재시 대피 요령 숙지…소화시설, 대피로도 확인해야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확인된 시간대별 화재 상황
 

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친 인천 강화군 화도면의 캠핑 화재는 글램핑 인디언텐트에서 발생했다. 인디언텐트는 원뿔형 텐트로 지름과 높이가 각각 5∼6m 규모다. 숙박 기준인원은 5명이며 최대인원은 6명이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글램핑은 텐트와 테이블·의자·침낭·취사도구 등 기본 장비를 모두 대여해주는 방식의 캠핑이어서 이용료가 웬만한 펜션 이용료보다 비싼 편이다. 화재 발생 인디언텐트의 1박 이용료는 평일 12만원, 주말 15만원이다.

화재가 발생한 캠핑장에서는 이런 인디언텐트가 총 5채가 운영돼 왔으며 펜션도 3채가 함께 들어서 있다. 이 캠핑장은 광활한 갯벌로 유명한 동막해수욕장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고 가까이에 마니산이 있어 주말이면 이용객의 발길이 잦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글램핑 인디언텐트는 편리하게 캠핑을 즐길 수 있고 이국적인 모양의 텐트에서 숙박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인기를 얻고 있지만 이번 사건에서 보듯 화재에 상당히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텐트 재질은 불에 잘 타는 가연성 천막이고 텐트 내부에는 전기담요 및 전기히터·냉장고 등 전기 콘센트가 어지럽게 얽혀 있어 불이 날 경우 순식간에 전소될 우려가 있다. 이번 화재도 화재 발생 1분 만에 텐트 전체가 화염에 휩싸였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이날 화재는 오전 2시13분경 강화도 동막해수욕장 인근 A캠핑장에서 발생, 이모(38)씨 등 두 가족 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한편, 화재가 났을 때 불 자체보다는 연기를 더욱 조심해야 한다. 최근 발생한 대형 화재에서는 질식으로 인한 사상자 발생이 많았다. 전문가들은 유독가스에 주의해야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15일 전남 담양 펜션 바비큐장 화재 사건에서 희생된 4명의 사인은 질식사였다. 바비큐장은 33㎡(10평) 크기로 샌드위치 패널 및 억새, 나무 등 불에 잘 타는 가연성 물질로 지어졌다. 천장에 불이 붙으면서 삽시간에 뿜어져 나온 유독가스가 희생자들을 덮쳤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나오는 유독가스는 시야를 가릴 뿐 아니라 의식을 잃게 한다. 게다가 유독가스 자체가 열기를 품고 있어서 오래 노출되면 폐가 손상되고 호흡기에 화상을 입을 수 있다. 이런 탓에 불이 크게 나지 않아도 사람이 사망한다.

화재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유독가스는 일산화탄소다. 일산화탄소는 몸 속에서 산소 운반 역할을 하는 헤모글로빈과 결합해 산소 공급을 막아 질식에 이르게 한다. 또한 화재 발생 시에는 불완전 연소하는 경우가 많아 일산화탄소 외에도 각종 유독가스가 발생한다.

특히 샌드위치 패널 등 합성수지가 탈 때는 황화수소와 아황산가스·아크롤레인 등 유독가스가 많이 나온다. 이들 가스를 한 모금만 마셔도 2∼3분 안에 의식을 잃을 수 있고, 농도가 짙은 경우는 즉시 사망할 수 있다.

한 소방방재공학 전문가는 “순수한 목재나 풀이 타면 (유독가스 피해가) 그렇게 크지 않은데, 건축소재로 값싼 합성 목재나 패널 등을 쓰다 보니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5월 발생한 고양종합터미널 지하 1층 내부 리모델링 공사장 화재는 유독가스의 치명성을 잘 보여줬다. 당시 소방관들이 화재 발생 6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29분 만에 화재를 진압했지만 8명이 사망했다. 인테리어 바닥재 등으로 쓰이는 폴리 합성수지에 불이 붙으면서 유독가스가 1초당 3∼5m의 속도로 건물 안에 퍼졌기 때문. 전남 장성에서는 같은 달 요양병원에 불이 나 유독가스가 거동이 불편한 노인 등을 덮쳐 피할 새도 없이 21명이 숨졌다.

전문가들은 유독가스의 위험성을 항상 기억하고 대피요령을 숙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연기는 위로 이동하는 성질이 있어서 최대한 자세를 낮추고 물수건이 있으면 호흡기를 가린 상태에서 최대한 빨리 대피해야 한다”며 “화재가 전체 건물로 확산하는 데 보통 5∼6분이 걸리기 때문에 그 안에 대피해야 하고, 10분 정도 숨을 쉴 수 있는 손바닥만 한 크기의 미니 방독면을 휴대하는 것도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