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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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무기 이야기] 묵묵히 북방한계선 수호…참수리급 고속정

<23> 해군 함정 ⑨ 참수리급 고속정
1999년 1차 연평해전, 2002년 2차 연평해전, 2009년 대청해전.

서해에서 남북 간 무력충돌이 벌어질 때면 빠짐없이 참가해 북방한계선(NLL)을 지킨 함정이 있다. 한국형구축함(KDX)에 가려져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오늘도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참수리급 고속정’(사진)이 그 주인공이다.

1976년 건조가 시작된 참수리급 고속정은 몸집은 작지만 민첩한 기동성을 바탕으로 북한의 대남 해상침투를 저지했다.

고속정이 탑재하는 무장은 건조 시기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초기에 건조된 함정들은 30㎜ 쌍열기관포와 40㎜ 기관포 1문씩을 탑재했으나, 중기형에는 40㎜ 기관포 대신 20㎜ ‘시벌컨’ 2문이 설치됐다. 서해 NLL 관련 보도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후기형은 전기와 유압으로 움직이는 40㎜ 기관포가 함수에 설치돼 있다.

참수리급 고속정은 NLL 경계선에서 북한의 남침을 저지하는 ‘바다의 GP’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다른 함정들에 비해 실전 투입 사례가 많으며, 전투의 교훈을 적용한 성능개량도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1996년과 1998년 북한 잠수정이 동해안에 침투한 직후 고속정에는 소형폭뢰가 탑재됐다. 음파탐지기(소나)는 장착되지 않았지만 초계함이나 호위함이 탐지한 정보를 이용해 적 잠수함을 공격할 수도 있다.

2002년 6월에 발생한 제2연평해전은 참수리급 고속정의 미래에 큰 영향을 끼친 사건이다. 북한이 선제사격한 85㎜ 함포탄이 357고속정의 함교 좌현에 명중돼 정장 윤영하 소령(당시 대위) 등 이 배에서만 6명의 장병이 교전과정에서 전사한 것이다. 더구나 전투 직후 357고속정은 흘수선에 생긴 구멍으로 해수가 선내에 차오르면서 침몰되기까지 했다.

해전 직후 해군은 승조원의 안전을 위해 기관총 거치대와 방탄판을 추가하고 함교와 선체 내부에 장갑판을 설치했다. M-60 7.62㎜ 기관총을 K-6 12.7㎜ 기관총으로 교체했으며 배수펌프를 대용량으로 바꿨다.

그러나 170t이라는 작은 크기로 전면적인 개량에는 한계가 있었다. 고속정에는 함포와 탄약, 통신장비와 2기의 디젤엔진, 연료가 탑재된다.

20여명의 승조원과 그들의 생활에 필요한 식량과 식수도 함께 싣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신형 장비를 탑재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해군은 76㎜ 함포와 해성 대함미사일로 무장한 ‘윤영하급 고속함’을 도입하고 있다.

강력한 화력을 갖춰 북한 해군 고속정과의 전투에서 우위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참수리급 고속정 역시 많은 숫자가 건조된 만큼 후기형을 중심으로 당분간 서해와 동해 NLL 경계작전에서 계속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박수찬 세계닷컴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