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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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감염병 확산 예측 시스템' 개발 시급

메르스 사태 개기로 선진국형 시스템 개발 목소리 커져
바이러스 조기 차단에 실패한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감염병 확산 예측 시스템 개발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미국의 ‘감염병 확산 예측 시스템(EpiSimS·에피심스)’ 등을 참고해서 ‘한국형 감염병 예측 시스템’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특정 지역에서 발생한 감염병의 확산을 예측하는 ‘에피심스’ 프로그램.
로스 앨러모스 국립연구소 제공
10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4월부터 인플루엔자와 눈병, 식중독, 피부염 등 4가지 질병 유행을 예보하는 ‘국민건강주의 알람’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2008∼2012년 5년치 진료 데이터와 최근 3년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문서 37억건 가운데 872만건의 관련 키워드를 분석해 언제 감염병이 유행할지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50여개 질병군 가운데 실제 발병률과 비슷한 결과를 얻은 4가지 질병이 최종 확정됐다. 예를 들면 서울에서 눈병이 유행해 병원을 찾는 10대가 한 달 사이 계속 증가하고, SNS상에서도 눈병과 관련한 언급이 많아질 경우 경보 단계를 높이는 식이다.

이를 통해 질병의 유행이나 확산 사태에 보다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향후 확산 지역이나 대응 방향에 대한 정보는 부족하다.

이 시스템은 미국 구글이 2008년 도입한 ‘독감 트렌드’ 시스템과 비슷하다. 독감과 관련한 검색어 변화와 과거 발생률, 환경조건 등을 비교해 독감 유행을 예측하는 것이다. 실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예상치 비교에서도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미국 로스 앨러모스 국립연구소의 ‘에피심스’ 관련 논문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감염병을 막기 위해 병원체와 감염경로를 확인하는 시스템을 활용한다. 감염병 확산 범위를 예측해 주요 길목을 차단하는 대응이다. 행정구역에 따른 단순구분이 아니라 주요 발원지를 기준으로 교통망을 중심으로 한 인구이동까지 고려한 것이다. 

지난해 메르스 환자 2명이 발생했을 때도 이 시스템은 확산을 막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에피심스를 적용하면 서울과 대전의 물리적 거리는 150㎞이지만, 실제 인구이동은 서울에서 움직이는 것과 다르지 않은 현실을 고려해 방역 정책을 수립한다.

미국은 4000개 공항과 4만개 항공편, 이동 인원을 고려한 전염병 확산 모형을 감염병 대응에 활용하고 있다. 에피심스는 고속도로, 국도, 버스, 지하철 등 각 교통수단별 인구이동을 반영한다. 개인의 이동패턴이나 타인의 접촉 정도도 15단계로 구분해 예측에 활용한다.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많은 노인과 행동 반경이 큰 직장인의 경우 감염병 예측에서 고려할 요소가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휴교나 시설격리, 공항이나 터미널 폐쇄 등도 이를 활용해 결정할 수 있다. 대형 분산 컴퓨터에서 돌아가는 이 시스템은 최대 3년치를 예측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