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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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환경관리 제도…환경·경제 두 마리 다 잡을까

[푸른 지구 지키는 창조의 길] 오염규제 통폐합 … 환경은 살리고 기업부담은 줄인다
‘환경’과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통합환경관리제도’가 국내 시행을 코앞에 두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16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에서 시행되던 ‘통합환경관리 제도’를 통과시켰다. 환경보전과 경제 살리기 논리를 두고 고민하는 일이 많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규제 관련 공무원이 인천의 한 공장을 찾아 오염물질 배출 농도를 측정하고 있다. 통합환경관리제도가 도입되면 불시에 배출 여부를 단속하는 기존의 적발위주의 환경보호에서 오염물질 배출을 사전에 통합적으로 차단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환경공단 제공
◆“한 번 허가받으면 땡?”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이 공장을 만들려면 최소 9개 환경관련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관련 법률만도 6개에 달한다. 제출 서류는 최대 73종이다.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기관도 환경청, 시·도·군·구 등 제각각이다. 이러다 보니 기업들 사이에선 “1년에 36번이나 지도니 뭐니 하면서 단속을 나오다 보니 막상 일할 시간이 없다”는 불평이 나온다.

그러나 이런 촘촘한 환경관련 법망이 환경 보호를 위해 제대로 기능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환경공단과 국립환경과학원이 2013년 8월 일부 기업들을 대상으로 환경관련 규제가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봤더니 현장에서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어느 기업은 오염물질 배출기준이 지금보다 느슨하던 1978년에 오염물질 배출허가를 받아놓고는 그 뒤로는 아무런 개선 노력을 하지 않았다. 최초오염물질 배출 시설 설치 시에 한 번 허가를 받으면 그 뒤로 배출기준이 강화되더라도 예전 허가받은 기준대로 유해물을 내보내도 괜찮다는 규정상의 허점 탓이었다.

법이 워낙 많다 보니 현장에서 헷갈려 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한 기업인은 “악취방지법은 공장 주변공기를 포집해서 악취를 없애는 걸 허용하는데 대기환경보전법은 공기희석 행위로 처벌한다. 어느 장단에 놀아야 하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환경보호를 하려고 그때 그때마다 임시방편으로 법률을 만들다 보니 현장에서 혼란이 발생한 것이다.

◆EU, 20년 전 통합환경관리제 도입해 효과


우리보다 앞서 산업화에 따른 환경오염 피해를 겪은 유럽연합(EU)에서는 이런 혼선을 줄이기 위해 1996년부터 ‘통합환경오염관리제’를 도입했다. ‘통합환경오염관리제’는 흩어져 있는 오염물질 배출 시설 인허가와 관리·감독 규정을 한군데로 모으고 구체적인 기업실정에 맞춰 오염물질을 줄이는 제도를 말한다.

제도 도입에 따른 효과가 바로 나타났다. EU 전체의 5만2000개 공장에 이 제도가 적용됨에 따라 불필요한 서류발급과 같은 EU 내부의 행정비용이 크게 줄었다. EU위원회는 절감되는 행정비용이 연간 1억500만∼2억5500만유로(1526억∼3706억원)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2010년 유럽의 기술혁신 사례조사 결과에서는 통합환경관리제도를 도입하면 용수가 30∼90%, 보조자재가 30∼50%, 에너지가 15∼25% 절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류 하나에 인허가 해결… 2017년부터 우리나라 도입


우리나라 역시 지난해 말부터 ‘통합환경관리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통합환경관리제도’를 성문화한 ‘환경오염시설의 통합관리에 관한 법률안’에 따르면 업종별로 별도 시행시기를 정해 최대 9개 관련 기관에서 허가를 받아야 했던 공장 허가는 앞으로 통합 허가를 한 번만 받으면 된다. 최대 73종의 허가 서류는 1종으로 합친다. 서류는 기존과 달리 인터넷으로 접수하면 된다. 감독기관에서 기업에 대해 벌이는 정기점검은 연평균 66회에서 연 1회로 변경했다. 정기점검의 내실을 기하자는 취지다.

환경보호 기술을 기업들이 적극 활용하도록 장치도 마련했다. 5∼8년마다 한 번씩 오염물질 배출 기준을 정부가 보완해 최신 환경보호 기술을 기업들이 계속 적용해 나갈 예정이다.

또 기업이 정부에서 환경보호 기술 지원을 받을 수도 있게 했다. 수십년 전에 한 번 배출 허가를 받았다고 오염물질을 마구 쏟아내는 일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통합환경허가시스템을 구축해 최적의 환경보호 기술을 여러 기업이 함께 공유할 수 있게 하고 사업장별 배출량 현황 등 통계 기능도 기업에 제공할 예정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2017년부터 제도가 시행되면 불필요한 허가나 점검과 같은 규제비용이 크게 줄고, 각 기업들이 최신 환경보호 기술을 공장에 적용함에 따라 국민총생산 증가와 환경관련 일자리 증가 등의 부수적 기대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