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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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미의 짜이 한 잔] 알록달록… '무지개 마을'에 닿다

<14> 험난한 길 달려 도착한 디우
디우는 작은 섬이라서 높은 건물 위에 올라가서 보면 전체가 다 보인다.
아그라에서 기차를 타고 도착한 역은 델리다. 델리는 수도인 뉴델리와 올드델리를 나누어졌다. 행정지역인 뉴델리를 수도로 정했고, 예전 델리지역을 올드델리라고 부른다. 여행자가 가는 곳은 역시 올드델리다. 인도는 영국령에서 벗어나면서 콜카타에서 델리로 수도를 바꿨다. 예전 무굴제국 시대부터 델리가 수도였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델리는 갠지스강 지류가 흐르고 있어서 일찍부터 발달했고, 사람이 모이는 곳이었다. 인도 인구가 12억명이라는 걸 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을지 짐작이 된다. 면적과 같이 비교해보면, 인구 1위인 중국에 비해서 훨씬 인구밀집도가 높다. 이런 숫자와 순위를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언급하는 이유는 인도 인구가 얼마나 많을지 상상해보기 위함이다.

색색으로 칠해진 집들이 포르투갈을 생각나게 한다.
지역마다 특색이 있고, 종교색도 강하고, 사람마다 다르기에 인도를 언급하는 말을 고르기는 쉽지 않다. 감성적인 인도에 관한 책을 읽고 갔다면, 그 환상이 깨지는 건 시간문제다. 차라리 환상을 가지지 말아야 한다. 매스컴에서 인도 이야기를 극과 극으로 다루기에 한쪽만 보면 기대 또는 혐오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남들이 가기 때문에 가거나, 사건·사고가 많아서 안 가거나 하는 일 등을 배제하고 인도를 가야 한다. 그래도 인도에 가고는 싶은데 망설여진다면 작은 마을부터 가는 것이 좋다. 대도시에는 사람이 많아서 그에 따르는 사건이 많기 때문이다.
깨끗한 디우 거리는 인도 같지 않지만 인도다.

델리에서는 비자 문제로 대사관 업무를 봐야 해서 2주 정도 머물렀다. 이 많은 사람이 어디에서 쏟아져 나오기라도 하듯 몰려 있고, 정신없이 세상이 돌아간다. 그 길을 살짝 벗어나면, 보이는 것이 더 많아지기도 한다. 델리에서 일을 처리하고 급하게 향한 곳은 디우(Diu)다. 처음 인도 여행을 한다면, 디우 같은 곳이 적당할 것이다. 인도 여행 중에 잠시 쉬면서 조용한 곳을 찾는 여행자들이 몰렸던 ‘고아’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있다. 비교할 수는 없지만, 굳이 말하자면 디우는 아직은 여행자들이 쉬기에는 좋은 곳이다.

하지만 좋은 곳에 가기 위해서는 고생해야 한다. 어쩌면 이것은 필요악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힘들게 간 곳은 좋을 수밖에 없다. 높은 산에 오를 때 힘들지만 정상에 도착하고 나면 그동안 고생이 바람에 날아가 버리는 이치와 같다. 뭄바이, 델리가 가장 가까운 대도시이며, 그곳에서 기차를 타고 아메다바드(Ahmedabad)에서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아메다바드 기차역에서 버스정류장까지 이동해야 하는데, 흥정이 만만치 않다. 기차역에서 작은 사무실에 있는 아저씨에게 물어보기 위해 말을 시켰다. 그토록 친절한 인도인을 만나면 그동안 받은 상처가 치유된다. 아저씨는 사기 방지를 위해서 가격까지 제대로 알려주었다. 역시 역에서 불렀던 가격과는 크게 차이가 났다. 버스정류장 말고 버스가 정차하는 곳과 시간에 대한 정보를 받아서 이동했다. 버스 회사마다 다른데, 그나마 좋은 버스가 정차하는 곳을 알려주신 이유는 쉽게 그 버스를 탈 수 있기 때문이다. 버스는 밤에 출발했다. 피곤해서 버스에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

인도 기차는 이제 적응할 만하다 싶으면, 장거리 버스를 타봐야 인도에서 이동이 쉽지 않다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다. 아메다바드에서 버스를 타고 열 시간 정도만 가면 작은 섬, 디우에 도착한다. 그 열 시간이 별거 아닌 시간이긴 하지만,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다. 차라리 흙길이 낫다. 아스팔트가 깔린 길인데 누더기처럼 돼버렸다면, 그것은 그냥 덜컹거리는 정도가 아니다. 그 버스는 침대만 있고, 좌석이 없다. 바깥에서 보면 이층버스 높이가 아니지만, 안에 들어가서 보면 이층으로 잘 나눠놨다. 침대는 옛집 찬장처럼 나무로 된 미닫이문으로 되어 있거나 커튼으로 가릴 수 있게 만들어놨다. 그 안에서 한참 자고 있다가 깰 수밖에 없는 시간이 새벽 5시쯤이었다. 이층에서 자고 있는데 몸이 들썩거렸다. 그러다 천장에 머리를 부딪칠 만큼 심하게 덜컹거린다. 도대체 어떤 길을 가면 이렇게 될까.
사람들은 오토바이를 주로 타고 다닌다.

이층 침대에서 내려와 운전사 쪽으로 가서 길을 봤다. 두꺼운 아스팔트는 함정을 만들어 놓은 것처럼 웅덩이가 파여 있었다. 운전사는 그 깊은 골을 피해서 요리조리 가다가 피할 수 없는 골에 빠지고 말았다. 누워 있던 내 머리가 천장까지 뛰어오르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운전사 아저씨는 최선을 다해서 피해가고 있다는 사실에 고마웠다. 이런 길을 3∼4시간은 더 가야 한다. 화장실은 말하면 마을에 세워주기는 한다. 어디를 가야 할지는 본인 선택이다. 그 길은 꾸준히 그랬고, 몇 번 머리를 부딪치고 엉덩방아를 찧으면 섬으로 들어가는 다리가 보인다.

버스 안에 여행자가 나밖에 없어서 혼자 환호를 질렀다. 파란 바다를 가로질러 긴 다리를 건너면 그곳이 디우다. 다리를 건너서 가까이 있는 버스정류장에 내려줬다. 마을이 작아서 충분히 걸어서 숙소를 찾을 수 있다. 나중에는 그 가까운 거리도 걸어 다니지 않게 됐지만, 처음엔 걸어갔다. 
 
아침이면 청소하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디우 아침 시장이 열리는 광장을 중심으로 본다면, 그쪽 가까이에 여행자 숙소가 많다. 섬 반대편 바닷가 쪽에도 좋은 숙소가 있다. 그래도 일단은 마을 안에 있는 숙소에 짐을 풀었다. 일단은 가까운데 숙소를 정하고 마을을 탐색한 후에 방은 옮기면 된다.

디우는 인도가 영국령일 때 포르투갈령이었던 섬이다. 그래서 인도 같지 않은 인도다. 깨끗한 거리와 집들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인도에서 찾아볼 수 없는 기독교가 이곳 디우에는 존재한다. 물론 이슬람교와 힌두교는 당연히 있다.
남의 집 옥상에 올라가서 보는 노을이 가장 좋았다.

디우를 오는 길은 험난하지만 이곳에 도착하면 모든 것이 풀린다. 왜 이곳에 오려고 고생했는지에 대한 의심이 눈 녹듯 사라진다. 보통 비행기로 인도에 도착하면 델리, 뭄바이, 콜카타 공항으로 들어온다. 어떤 대도시에서 출발하건 아메다바드를 거쳐서 이곳에 도착한다. 

이 모든 것이 싫다면 돈을 더 내고 편하게 오는 방법이 있다. 디우에 작은 국내선 공항이 있다. 이건 나중에 안 사실이었다. 뭄바이가 가장 가까운 대도시라서 뭄바이와 디우 간에 국내선이 존재한다. 그래도 디우를 오려면 버스 열 시간 정도는 타줘야 이곳이 소중하다는 걸 깨달을 수 있다.

여행작가 grimi7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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