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여행] 다양한 신을 가진 나라 인도

강주미의 짜이 한 잔<18>
“믿는 종교가 없다”는 내 말에
인도인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인도는 힌두교가 국교처럼 느껴지지만 비율로 보면 힌두교도가 80% 정도이고, 인도 사람들은 이슬람교 기독교 시크교 불교 자이나교까지 다양한 종교를 믿는다. 힌두 사원과 이슬람 사원은 구분하기 쉽다. 힌두교는 수많은 신이 있고, 그래서 물론 모시는 신도 다르다. 힌두 사원에 가면 어떤 신을 모시느냐에 따라서 사원 이름이 정해지고 신 형상이 있다. 이슬람 사원은 초승달을 형상으로 할 뿐 신의 형상은 어디에도 없으며 둥근 아치형 지붕을 하고 있다.
인도 종교 중에서 힌두교 신은 다양하다.

시크교와 자이나교는 유명한 성지가 있으나 그 사원을 봐도 알고 가지 않는다면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구분하는 방법이 있다. 그 종교를 믿는 사람을 보면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시크교는 큰 터번을 쓴 남자들이 있고, 이슬람은 히잡이나 차도르를 착용한 여자들이 있다. 자이나교는 제일 구분하기 힘들다. 불교와 비슷한 인상을 주기도 하고, 사원은 힌두 사원과 비슷하기도 하다. 자이나교를 알아볼 방법은 걸려 있는 그림이다. 자이나교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살생금지’에 대한 단면적인 그림이 있다. 바로 빗자루다. 자칫 지나가는 벌레를 실수로 죽일까봐 빗자루로 쓸고 다녔단다. 자이나교는 불교와 비슷한 사상이기에 불상도 있다. 예전 인도 종교학자들이 헷갈렸을 정도다.
힌두교는 형상화된 형체가 다양하다.

이렇게 다양하고 특색이 강한 종교가 많은 인도에서 기독교도는 많지 않지만, 그래도 디우 같은 곳에는 교회가 있다. 포르투갈이 점령했을 때 지어놓은 것이다. 디우에는 교회가 세 군데 있었는데, 지금은 한 곳만 교회 기능을 하고 있다. 다른 곳은 병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기도시간이 아닐 때도 개방해서 구경할 수가 있다. 교회 정원에는 길게 나 있는 분수가 있고 예쁘게 꾸며 놓았다. 그 앞에 노점에서 묵주 등을 기독교가 아닌 다른 종교를 믿는 인도인이 팔고 있다.

어느 날 인도 사람이 나에게 ‘무슨 종교를 믿느냐’고 물었다. 믿는 종교가 없다는 대답에 그는 상당한 문화적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생각해 보면 한 나라에 종교도 많고, 힌두교 시크교 자이나교 불교까지 발생한 인도에서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건 상상하기 힘든 일일 것이다. 그의 놀람과 충격을 달래주기 위해서 신이라는 존재는 믿지만 그 신이 어떤 종교로 이어지는 것을 믿지 않을 뿐이라고 해줬다. 우리나라에서는 종교를 쓸 때 ‘무교’라고 쓰기도 하는데, 무교인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은 이야기해 주지 않았다. 이들에게 믿음은 절대적이며 그것이 인도를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을이나 모시는 신들은 각양각색이다.

인도 종교는 깊이 알수록 재밌다. 특히 힌두교 신들은 신화나 전설처럼 재밌는 이야기가 있다. 예를 들어 신 중에서 ‘가네슈’는 아기 몸에 코끼리 얼굴을 하고 있고 ‘하누만’은 원숭이 얼굴이다. 팔이 여러 개인 신, 눈이 세 개인 신, 연꽃 위에 앉아 있는 신 등 다양한 형상이며, 이에 따르는 이야기를 각자 가지고 있다. 이 모든 신을 퍼즐처럼 조합시킬 수 있을 정도로 연결된 이야기도 많다. 신 형상에 중요하게 등장하는 것이 바로 동물이다. 신이 타고 다니는 동물은 당연히 신성시되고 그것이 문화가 되었다. 
힌두교 신중에서 하누만 신 모습.

디우에는 힌두 사원은 물론 이슬람 사원과 교회까지 있으며, 누구든 술을 마실 수 있는 곳이다. 술이 금지된 지역이 존재하는 인도에서 인도인들이 술을 자유롭게 마실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누구나 사 마실 수 있을 만큼 저렴하다. 그래서 술에 취한 인도인이 많다는 단점이 있다. 젊은 인도인에게도 관광지인 디우에서는 술에 취해 있는 인도인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지나가던 취객이 나에게 접근이라도 하면 디우 사람들이 막아준다. 처음 이런 일이 있을 때는 운 좋게 위기에 빠지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일이 몇 번 있고서야 알았다. 디우 사람들은 친절하고 외국인을 보호해 주는 역할까지 해주고 있었다.
디우 해변에서 항상 놀던 인도인들이 사라지니 조용해졌다.

늘 가던 바다에 어김없이 갔던 날, 길을 통제하고 바닷가에 있는 사람들을 쫓아내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이미 자리를 펴고 있었던 나를 내쫓는 상황을 기다리며 지켜보고 있었다. 경찰이 와서 하나둘 사람들을 쫓아냈다. 내 차례까지 오면 이 상황에 대한 궁금증이 풀리면서 쫓김을 당할지 말지 결정될 것이었다. 이유인즉 디우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사람이 가족과 함께 놀러 왔기 때문이었다. 

외국인에 대한 배려는 여기서도 발휘됐다. 인도인들은 다 쫓아내고 길을 막아서 아무도 못 오게 하면서 외국인인 나는 있어도 된다고 했다. 그 덕에 가장 조용한 바닷가를 만끽할 수 있었다. 디우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사람은 요리사까지 데려와서 뷔페를 차리고 있었다. 그와 잠깐 대화를 하고 아이들이랑 조개껍데기를 주우면서 시간을 보냈다.
엄마 염소와 아기 염소가 다니는 모습이 디우에서는 자연스럽다.


몇 달을 인도에서 보내고 또다시 인도를 찾아가도 새롭고 재밌는 나라다. 다양한 종교와 많은 인구를 가진 나라인 인도는 이렇게 여행하는 사람에게는 모든 것을 보여주진 않는다. 어쩌면 이런 이유가 또다시 인도를 찾게 하는지도 모른다.

여행작가 grimi79@gmail.com

<세계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