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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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 선거 출발전부터 위기…정몽준 '승부수'

후보등록 불발 가능성…선거전도 불리하게 전개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6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최근 국제축구연맹(FIFA) 윤리위원회 조사 계획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차기 회장 선거에 출마한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승부수를 던졌다.

정 명예회장이 6일 FIFA 윤리위원회가 자신에게 19년 자격정지 제재를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공개하면서 각종 의혹을 공개적으로 해명한 것은 현재 상황이 그만큼 불리하다는 방증이다.

FIFA 윤리위는 정 명예회장이 2010년 월드컵 유치전 과정에서 7억7천700만 달러(약 9천184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축구발전을 위해 쓰겠다는 서한을 국제 축구관계자들에게 발송한 데 대해 15년 자격정지를, 정 명예회장이 윤리위를 비판한 데 대해 추가로 4년의 자격정치를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윤리위 제재가 확정된다면 정 명예회장은 이번 달 26일로 예정된 후보등록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다.

이 같은 윤리위의 움직임은 제프 블라터 FIFA 회장을 비판한 데 대한 반격이라는 것이 정 명예회장의 시각이다. 
FIFA 서한 보여주는 정몽준 축구협회 명예회장

정 명예회장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윤리위 청문회에 어떤 기대도 하고 있지 않다. 이 모든 절차가 사기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한 것도 이런 시각을 반영한 발언이다.

이 때문에 정 명예회장은 FIFA 내부의 논의절차에 기대를 걸지 않고, 직접 언론을 통해 국제여론에 호소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정 명예회장은 이날 "내가 충분한 자격을 갖고 회장 후보직을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 최종 판단은 결국 국제사회의 건강한 양식에 달려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현재 부패의혹에 휩싸인 FIFA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국제적으로 형성돼 있는 만큼 정 명예회장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해 FIFA 윤리위의 제재를 막겠다는 의도가 읽혀지는 발언이다.

정 명예회장이 문제없이 후보등록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장벽을 넘어야 한다. 현재 FIFA 회장 선거구도는 정 명예회장에게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지 않다.

가장 유력한 차기 FIFA 회장 후보로 꼽혔던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이 스위스 검찰의 수사를 받으면서 입지가 흔들리고 있지만, 반사이익은 정 명예회장이 아닌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가 보고 있다.

알리 왕자는 지난 5월 FIFA 회장 선거에서 'FIFA 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블라터 회장에 맞선 바 있다.

유럽 가맹국들은 지지 후보가 기본적으로 '반 블라터' 성향의 인물이어야 명분이 있다고 여긴다. 알리 왕자는 이 같은 면에서 플라티니 회장의 이탈표를 흡수할 적임자라는 것이 외국 언론의 평가다.

이번 선거에서 플라티니 회장과 양자구도를 만들어가려고 했던 정 명예회장 입장에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는 사태다.

플라티니 회장의 이탈표가 정 명예회장이 아닌 알리 왕자로 향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정 명예회장의 기부금 논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FIFA가 정몽준 명예회장 측에 보낸 서한

최근 FIFA 윤리위원회는 정 명예회장이 2010년 자연재해가 발생한 파키스탄과 아이티에 보낸 기부금에 대해 조사에 나섰다.

물론 정 회장 측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보낸 기부금에 대해 FIFA가 문제를 삼는 것은 FIFA 개혁을 공약으로 건 자신을 견제하기 위한 정치적인 목적 때문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FIFA 윤리위원회가 정 명예회장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는 사실 자체가 FIFA 회원국의 표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FIFA의 부패가 돈 문제 때문에 발생한 것인만큼 주는 측이든 받는 측이든 돈으로 문제를 일으킨 후보가 표를 얻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 명예회장은 자신을 향한 부당한 의혹부터 분명하게 해명하고, 의혹 제기 자체가 블라터 회장 측의 흑색선전 작업의 일환이라는 점을 널리 알린 뒤 반전을 도모키로 한 것으로 보인다.

"내가 공격목표가 됐다는 사실 자체가 내가 FIFA 개혁을 이끌 사람이라는 가장 훌륭한 증거"라는 정 명예회장의 주장에서도 이 같은 의도가 읽혀진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