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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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동북아 외교전 뜨거운 10월

한·미·일, 북·중·러 연대의 격랑기
동북아 벗어나 국제이슈 목소리 내야
국제 질서는 몇 개의 주요 지역으로 구성되는데, 동북아 역시 이들 중의 하나로 위치하고 있다. 특히 냉전 종식 이후 줄곧 세계 무대의 중심이 됐다. 경제적으로는 동북아 대표 국가인 한·중·일의 국내총생산(GDP)이 전 세계 총생산의 25%에 다다르고 있으며, 정치적으로는 중국의 부상으로 말미암아 미·중 간 새로운 권력관계가 국제정치의 무게중심이 됐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동북아 역내 국가 간 사회문화적 통합도 매우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북한 문제를 포함해 일본의 보통국가 프로젝트, 중·일 간 역내 선두경쟁, 러시아의 극동 진출 가능성 등 동북아에는 여전히 험난한 과제가 가로놓여 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국제정치학
이러한 배경에서 10월 동북아 외교에서는 한 마디로 전례가 없었던 21세기 버전의 열국지가 예상된다. ‘한·미·일’과 ‘북·중·러’로 대표되는 동북아 국가 간 전통적 연대의 효율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각국은 저마다 국가이익 극대화를 위해서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부터 논의를 시작해 보자면, 지금 남북은 8·25 합의라는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갈지를 놓고 한창 기싸움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우리 정부가 보인 일관된 원칙이 8·25 합의 과정에 성공적으로 반영됐지만, 북한이 10일인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계기로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다시 쥐고자 하는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면 향후 남북관계의 전개가 어떻게 될 것인지 또다시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16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은 국제사회에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견고한 협조체제가 유지될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면서, 동시에 북한에 대화의 창이 여전히 열려 있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이번 정상회담은 동북아 차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9월 초 중국에서 열린 2차 대전 전승절 70주년 기념식에 참가한 이후, 우리의 의도와는 달리 한국이 미·중 관계에서 불안한 줄타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일부 의구심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차제에 한·미 동맹은 한국의 모든 외교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토대가 되는 외교자산임을 다시 한 번 천명할 필요가 있다. 다만 한국 외교가 최근 들어 적극성을 보이는 이유는 외형적으로 커진 한국의 국력에 걸맞게 외교적 공간을 좀 더 확보하자는 취지에 있다고 설명할 필요가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달 말을 전후로 예상되는 한·중·일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때이다. 특히 우리는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이 한·일 간 긴장관계에 대해서 적잖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차제에 일본에 역사적으로 올바른 선택을 하라고 요구하는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 궁극적으로는 한·일 관계는 물론 한·미·일 관계와 동북아 평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논리를 외교적으로 좀 더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2차 대전 이후 지금까지의 70년이 동북아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열심히 달려온 시간이었다면, 지금부터 만들어 가는 70년은 공동체적 정신을 바탕으로, 올바른 역사관에 입각한 세계시민정신을 정립하면서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시간이 돼야 할 것이다.

지금 지구공동체는 과거에는 예상치 못했던 많은 문제점에 직면해 있다. 기후변화, 양극화, 인권, 빈곤 등 어느 하나 예사로이 넘어갈 사안이 없다. 동북아 외교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면 될수록, 우리는 동북아에만 함몰되지 말고, 이제는 ‘우리의’ 문제가 된 글로벌 이슈에 보다 적극적으로 다가가야 한다. 국제사회의 발전과 평화에 적극 기여하겠다는 의지와 자기 실천적 노력이야말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가장 적극적인 노력이라는 점에 주목했으면 한다. 근자에 들어, 한국의 외교적 공간이 확장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한 공간 안에서, 한반도·동북아·글로벌로 이어지는 세계평화의 연결고리를 우리 손으로 만들어 가야 할 때이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국제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