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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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농협중앙회 회장 사택 편법 지원 논란

자택 있는 최회장 전셋값 지원… 업무용 지원 기준 역시 넘어서
직원 부정수급 적발땐 해직까지… 회장은 별다른 제재없어 대조적… 농협 “규정따라 지원… 자진 상환”
농협중앙회가 내부 규정을 위반한 채 서울 강남의 10억원대 전셋집을 최원병 회장의 사택으로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농협 직원들의 경우 사내 주택자금을 부정 수급할 경우 해직까지 당했지만 최 회장에겐 아무 문제 없이 지원해 특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6일 새정치민주연합 박민수 의원실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최 회장이 2008년 중앙회 회장으로 취임한 후 거주한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아파트 135㎡(40평) 규모의 전셋집 보증금을 중앙회 예산으로 지원해 왔다.

농협 측은 2008년 2월부터 2010년 2월까지 도곡렉슬아파트 304동에 있는 135㎡ 규모의 전셋집 보증금 8억4000만원을 대납했다. 이후 2010년 3월부터 2014년 3월까진 같은 아파트 306동의 전셋집에 대해 9억9000만원, 2014년 3월부터 2년간 계약을 맺은 305동의 전셋집에도 9억9000만원을 지원했다.

이 같은 전세보증금 지원은 농협 내부 규정을 위반한 것이지만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 농협의 고정자산관리준칙에는 ‘사택’에 대해 근무지 내에 본인 또는 부양가족(배우자, 동일 세대 내의 직계존비속) 명의의 주택이 없는 회장, 상임임원, 집행간부 및 사무소장이 거주용으로 사용하는 시설을 말하며 사택 운용에 대한 세부사항은 업무 담당 부서장이 따로 정하는 기준에 의한다고 정의돼 있다.

최 회장은 2008년 취임 후 2011년 서울에 본인 명의의 주택을 구입했음에도 농협의 지원을 받아 사택에서 거주했다. 전자관보에 게시된 공직자 재산공개에 따르면 최 회장은 2011년 5월4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71.65㎡ 규모 아파트를 부부 공동명의로 11억7000만원에 매입했다. 농협 규정대로라면 최 회장이 부부 공동명의로 주택을 구입한 2011년 5월부터는 사택에 거주하면 안 된다. 하지만 최 회장은 서울에 자택 매입 후에도 농협의 지원을 받아 사택에서 거주했다.

또 농협 측은 원격지 발령 등으로 출퇴근이 어려운 사무소장 이상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업무용 사택에 대한 지원기준 역시 무시했다. 업무용 사택 기준은 보증금 상한액은 기준이 없지만 지원 규모는 단신부임 시 60㎡ 이내, 가족동반 시 85㎡ 이내로 규정돼 있다. 농협이 최 회장에게 지원한 사택은 2008년부터 135㎡(40평)를 유지하고 있어 부부가 같이 거주했다고 하더라도 기준을 훌쩍 넘어선다.

이에 대해 농협 측은 최 회장이 농협이 지원한 보증금 9억9000만원을 지난해 6월 갚아 도곡렉슬아파트가 사택으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현재 최 회장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의 6일 현재 등기부등본에는 전세권자가 여전히 농협중앙회로 돼 있다. 만약 이대로라면 계약만료 시 농협 측이 집주인에게 전세금을 받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농협 측이 규정을 위반하면서 최 회장에게 10억원에 이르는 전세금을 지원했지만 직원들은 임차보증금 부정수급 시 배상금과 함께 강도 높은 징계를 받았다. 농협의 2008∼2013년6 임직원 임차보증금 지원 위반 및 징계 내역을 보면 임차보증금 5000만∼1억원을 부정 수급한 14명의 차장, 과장급 직원들 중 3명이 감봉 6개월, 9명이 정직 1∼6개월을 받았다. 나머지 2명은 해직됐다.

박민수 의원은 “최 회장이 전세금을 지급한 전세권자라면 회장의 명의로 전세권 설정등기를 하는 것이 타당하고 농협에서도 등기명의를 옮겨야 부동산 실명법 위반 소지나 전세금 출처 의혹을 해소할 수 있다”며 “규정에 맞지 않는 사택 제공은 배임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고 일반 임직원과 달리 회장이 이용한다고 해서 예외를 두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농협 관계자는 “최 회장에 대한 사택 지원은 내부 규정대로 적법하게 지원된 사안이나, 국민 정서상 부정적 시각을 우려해 자진 상환했다”고 밝혔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