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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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 곳도 없는데 복지혜택 늦춘다면…

노인 연령 조정 논란
우리 사회가 초고속으로 고령화되면서 노인 연령을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정부는 지난 18일 발표한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시안(2016∼2020)’에서 고령 기준을 다시 세우기 위한 사회적 합의 방안 마련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내년에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2017년부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중심으로 사회적 논의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현재 노인 연령 기준은 만 65세다.

각종 복지정책 등의 기준이 되는 노인의 연령을 만 70세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은 대한노인회 등을 중심으로 제기돼 왔지만 정부 차원에서 공론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노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70세는 돼야 노인”이라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이 나오기도 했다.

‘노인’은 기초연금과 노인장기요양보험의 혜택을 누릴 수 있고 지하철 등 교통수단이나 문화시설을 이용할 때 무료혜택을 볼 수 있다. 노인 연령을 높이면 여기에 드는 재정을 절감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 고령사회 대책 토론회에서 “지금 당장 노인 기준을 70세로 올리면 기초연금 1조9000억원을 포함해 연간 2조3000억원의 재정을 아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미 65∼70세 노인들이 처한 상황은 만만치 않다. 50대에 직장을 나서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노인 연령이 조정될 경우 은퇴 후 비정규직을 전전하며 십수년을 기다려야 노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노인빈곤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도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49.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2.6%)의 4배에 달한다.

노인 연령을 상향 조정하기 위해서는 은퇴 정년을 늘려 나가는 작업이 병행돼야 하지만 쉽지 않다. 현재 정년 60세도 임금피크제를 전제로 하는 상황이다. 노인 일자리 대책을 병행하지 않으면 임금절벽에 내몰리는 고령자만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청년 일자리 문제 역시 심각한 수준이어서 무작정 노인 일자리를 늘리는 데 정부 정책을 집중하기도 쉽지 않다.

실제 노인 연령 상향을 걱정하는 노인들이 적지 않다. 혼자 사는 김모(66)씨는 노인 일자리 사업을 통해 20만원, 기초연금 20만원으로 한달 수입이 총 40만원으로, 단칸방 방세와 약값 등을 빼면 수중에 돈이 거의 남지 않는다. 만약 노인 연령이 조정되면 수입이 아예 없어질 수 있다는 게 김씨 같은 저소득층 60대의 가장 큰 걱정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재정적 측면과 노인 연령 상향 조정에 따른 고용·복지 전반에 걸친 사회시스템을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우중 기자 lo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