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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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사이버 범죄 국제 공조 느는데… 예산은 제자리

해외 검거 국내 송환 범죄자 3년새 두배 껑충
“니야그로다 그라디(꼼짝 마)!”

지난 7월 한국인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이 숙소 겸 사무실로 쓰던 태국 방콕의 한 고급 맨션에 현지 경찰 10여명이 들이닥쳤다. 현장에서 검거된 박모(40)씨 등 3명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현지에 컴퓨터 서버를 두고 한국인 300명을 대상으로 5억원 규모의 온라인 도박판을 벌였다. 태국 경찰이 박씨 등을 데리고 나가자, 국내에서 파견된 사이버수사관 2명이 신속하게 맨션 내부를 훑기 시작했다. 이들은 박씨 등이 사용하던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현지 서버 기록 등 증거물을 확보해 태국 경찰에 전달했다.

이번 검거작전은 지난 6월 우리나라에서 열린 ‘프로젝트 에이스’ 회의가 거둔 결실이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은 동남아 6개국 경찰관을 초청해 불법 도박사이트 정보를 공유하며 공동 검거작전을 계획했다. 그 결과 태국에서 28명, 캄보디아와 베트남에서 각각 6명의 도박사이트 운영자를 검거하는 성과를 거뒀다.

26일 경찰청에 따르면, 해외에서 검거돼 국내로 송환된 범죄자는 2011년 74명에서 2014년 148명으로 3년 새 배가 늘었다.

최근 들어 해외도피 사범은 꾸준히 늘고 있다. 보이스피싱이나 불법 도박사이트처럼 해외에 근거지를 둔 ‘원격 사이버범죄’가 증가한 때문이다.

증가 추세인 해외 사이버범죄에 대응하려면 국제 공조가 필요하지만 경찰청의 사이버범죄 ‘국제공조 예산’은 2011년부터 올해까지 5년째 연간 6000만원에 머물러 있다.

국제공조 예산은 범인 검거나 국제회의 참석을 위한 해외 출장비 등 ‘국제업무비’와 해외 경찰을 국내로 초청하는 등의 ‘국제협력비용’이 포함된다. 턱없이 부족한 국제공조 예산 탓에 사이버범죄 담당자들은 경비를 아끼려고 해외 출장 시 현행 공무원 여비규정에 따른 GTR(공무여행 자국항공기) 대신 저비용항공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낭패를 겪기도 한다. 지난해 초 경찰청 소속의 한 사이버수사관은 홍콩 출장을 위해 환불이 되지 않는 저비용항공 특가상품을 예약했다가 일정이 변경되는 바람에 항공권을 통째로 날렸다. 결국 그는 사비로 50여만원을 들여 새로 항공권을 구매해야 했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 관계자는 “국제공조 수사의 핵심은 해외 경찰관과 밀접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인데 최근에는 수사협조를 위해 2명 이상씩 참석시키던 국제회의에 1명만 보내거나 아예 참석을 포기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토로했다. 경찰청은 내년도 사이버범죄 국제공조 예산을 6000만원에서 1억6000만원으로 증액해달라고 신청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서 심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시위진압용 살수차 예산을 놓고 여야 간 갈등이 한창이라 국제공조 예산이 늘어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