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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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불량인간이 불량식품을 만든다

‘국민 간식’ 순대·떡볶이·달걀의 위생관리가 엄격해진다. 오는 2017년 12월부터 모든 순대 제조업체와 달걀 가공장은 의무적으로 ‘식품안전관리인증(HACCP·해썹)’을 받아야 한다. 떡볶이용 떡을 제조하는 모든 업체는 2020년 말부터 해썹 적용을 받는다. 그동안 이 식품들은 ‘불량식품’이란 오명을 받아왔다. 해썹 대상에 포함되면 원재료부터 제조·가공·조리·유통의 모든 과정에서 철저하게 식품 안전과 위생을 관리받게 된다.

순대·계란·떡볶이 등 국민 대부분이 즐겨찾는 간식에 HACCP이 의무화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식품위생법 시행규칙과 축산물위생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HACCP은 식품의 원재료부터 제조·가공·조리·유통 전 과정에서 위해요소를 확인하고, 중점관리 요소를 지정·관리하는 사전 예방 시스템이다. 현재 배추김치, 빙과류, 어묵류 등 8개 품목이 HACCP 의무적용을 받고 있다. 과자·캔디류, 음료류, 빵류·떡류 등은 2020년까지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대장균 떡', '깨진 계란' 이제 안녕~

식약처는 '깨진 계란', '대장균 떡' 등 순대·계란·떡볶이 등에서 불법 제조·유통 사례가 계속되자 이를 3대 특별관리식품으로 정하고 안전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순대 제조업체 중 종업원 2명 이상은 2016년까지, 2명 미만인 경우에는 2017년까지 HACCP 적용을 의무화한다. 계란 가공품 역시 연매출액 1억원 이상이고 종업원 5명 이상인 경우 2016년까지, 나머지는 2017년까지 의무적용을 끝낸다는 계획이다.

반면, 떡류에 포함되는 떡볶이 떡은 종업원 10명 이상인 경우 2017년까지 우선적으로 HACCP 인증을 받아 생산량의 90%가량을 HACCP 인증 업체가 생산하도록 했다.

식약처는 이들 업체의 HACCP 도입을 위한 지원도 대폭 강화한다. 이달 말까지 순대·계란 가공품에 대한 표준기준서를 개발·보급하고, 현장 교육·기술 및 컨설팅 비용을 지원한다. 아울러 시설 개선을 위해 2000만원 이상 비용을 들여 HACCP 인증을 받은 업체에는 최대 1400만원(비용의 70%)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식약처는 HACCP 지정업체에 대한 사후 관리도 함께할 방침이다. 식품위생법 위반업체에 대한 수시 평가를 강화하고 정기평가 우수업체가 식품위생법을 위반하면 평가 면제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도입된다. 또, HACCP 인증 이후 3년 뒤에는 반드시 재심사를 받도록 하는 제도도 검토중이다.

이처럼 국민들이 즐겨 찾는 간식에 HACCP이 의무화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인터넷에서는 먹을거리 불안의 원인과 규제의 실효성 등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음식이 불량 아닌, 만들어 파는 이들이 ‘양심 불량’

누리꾼 A씨는 "순대·떡볶이는 우리나라 고유음식이다. 음식들이 불량 식품인 게 아니라 만들어 파는 사람들이 양심불량이라고 해야 맞다"고 지적했다.

B씨도 "원래 불량 식품은 세상에 없다. 불량 인간이 불량 식품을 만들 뿐"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순대·떡볶이 등에 대한 HACCP 의무화를 놓고선 의견이 다소 갈렸다.

C씨는 "솔직히 노점이나 허름한 문구점에서 만들어내는 떡볶이와 튀김은 위생상태가 좋을 리 없다. 이 기회에 먹는 것으로 장난치는 사람들이 줄어들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D씨도 “서류상으로만 관리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 정작 중요한 것은 제조자가 양심을 가지고 만드는 것”이라며 “진작 좀 관리를 했어야 하는데 길거리 음식이라고 너무 무시했다”고 찬성 의견을 냈다.

◆서민 벼랑 끝으로 내몰 수 있어

반면 유명무실한 HACCP 제도, 인증받을 때만 깨끗하면 다 통과되고 사후 관리가 전혀 안되어 믿을 수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HACCP 인증을 받은 뒤 나몰라라 하면 그만이라면서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E씨는 “명분은 식품안전이지만 재벌의 뱃속만 채우는 규제에 불과하다”며 “결국 서민을 벼랑으로 내모는 짓”이라고 비판했다.

F씨는 "규제를 강화하지 말고 재발이 되지 않게 법규를 강화해야 한다. 솜방망이 처벌보다는 강력한 법규로 재발이 없게끔 처벌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