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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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복면 폭력시위에 엄벌 내린 법원의 일벌백계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는 도심 집회에서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강모씨에게 엊그제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1심 선고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었다. 2심 재판부가 양형을 높인 이유는 피고인이 불법시위에 다시 가담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서다. 강씨는 지난 4월18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1주기 집회에서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뒤 수사기관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고 법정에서 공권력의 불법성만을 주장했다고 한다. 재판부는 “준법의식 함양과 건전한 시위문화 정착을 위해서 관용 대신 엄하게 책임을 물을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재판부의 판단은 적확하다. 지난 5년간 통계수치로 입증된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집시법 위반으로 법원 판결을 받은 1909명 가운데 징역형 또는 금고용 선고를 받은 피고인은 4명에 불과하다. 반면 대부분에겐 벌금형 판결이 내려졌다. 그 비율은 2010년 51.1%, 2014년 62.7%로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사법부의 관대한 처벌이 집회시위의 불법과 반칙을 용인·방조하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불법 폭력시위의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법원이 더욱 단호해져야 한다.

경찰은 도심 대규모 시위를 기획 주도한 혐의로 어제 민주노총 경기본부를 압수수색했다. 지난 21일 서울 중구 정동 민노총 본부 등 8개 단체의 사무실 12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인 데 이어 두 번째다. 정부는 대대적으로 민노총을 압박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복면시위 금지법을 내놓았다. 박근혜 대통령도 복면폭력시위는 근절돼야 한다고 했다. 민노총은 공안정국 조성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민노총이 지난 14일 도심 집회를 과격 폭력시위로 변질시키지 않았다면 생길 수 없는 일이다. 원인제공을 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고령의 농민이 시위 중에 다쳐 사경을 헤매고 있다. 누구 잘잘못을 떠나 사람이 죽어나가는 과격시위는 자제하고 피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전국농민회는 내달 5일 또다시 도심 대규모 집회를 연다고 신청했다. 조계사에 도피 중인 한상균 위원장은 ‘대독’ 기자회견에서 “2차 집회는 평화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불성설이다. 한 위원장이 자신의 말을 믿게 하려면 먼저 불교의 방패에서 벗어나 자진출두하는 게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