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가 사죄 받아들여야 최종 해결"

“사죄 내용이 ‘고노담화’에 나오는 원문과 글자 하나 안 바뀌고 똑같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자신의 말로 사과하지 않은 것으로, 성의를 느낄 수 없다.”

일본 내 위안부 피해자 지원 시민단체 40개와 개인 300명이 참여하는 ‘위안부 문제 해결 올(All) 연대 네트워크’의 쓰보카와 히로코(坪川宏子·72) 사무국장은 28일 한·일 정부가 위안부 문제 협상을 타결한 것에 대해 “기대보다 좋은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우려되는 부분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워낙 기대치가 낮았던 탓에 이번 합의 결과를 보면 생각보다는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긍정적인 결과로는 우선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과한 고노담화(1993년)에 없었던 ‘정부의 책임’을 느낀다고 한 부분을 꼽았다. 또 사과의 증거로 한국이 만들 재단에 일본 정부가 돈을 내기로 한 것도 진전된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위안부 문제 해결 올(All) 연대 네트워크’의 오모리 노리코(왼쪽) 공동대표와 쓰보카와 히로코 사무국장이 지난 24일 도쿄도 마치다시에 있는 한 사무실에서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 방안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쓰보카와 사무국장은 그러나 “고노담화가 발표된 이후 20여년이 지났고 수많은 연구 결과 일본군이 위안부 문제에 ‘관여’한 게 아니라 ‘주도’했다는 것이 드러났는데 고노담화 때와 마찬가지로 ‘관여’라는 단어에 머문 것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번 합의에서 “꾸준한 교육을 통해 후대에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이 빠진 것은 오히려 고노담화 때보다 후퇴한 부분”이라고 꼬집으며 “양국이 합의한 재단의 사업 내용에 교육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4일 도쿄도 마치다시에 있는 한 사무실에서 이 단체의 오모리 노리코(大森典子·72·변호사) 공동대표와 쓰보카와 사무국장을 만났을 때도 그들은 최근 양국 간 협상 흐름을 보면 “걱정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끼리 협상하면서 정작 피해자나 이들을 지원하는 시민단체의 의견은 전혀 묻지 않아 제대로 된 해결책이 마련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오모리 대표는 “일본 정부가 ‘해결’이 아닌 ‘타결’이라는 단어를 고집하는 것은 ‘법적 책임이 없다’는 주장을 유지하려는 것”이라며 “책임은 없지만 인도적 차원에서 돈을 주겠다고 하면 피해자들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오모리 대표는 1994년 중국인 전쟁 피해자 조사단에 참여하면서 위안부 문제에 관여하게 됐고, 이듬해 8월 중국인 위안부 피해자 4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변호인단 단장을 맡았다. 쓰보카와 사무국장은 “도쿄의 한 고교에서 국어 교사로 일하던 시절 여성의 인권 문제에 관심이 있었는데, 위안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에 참여하게 되면서 인연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모두 돌아가셨지만 강순애·황금주·박복순·김상희 할머니와는 20년 이상 교류했다”며 “특히 강순애 할머니가 나를 딸이라 부르고 안아주며 귀여워해 주셔서 지금도 많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도쿄=글·사진 우상규 특파원 skwoo@segye.com

추천뉴스

Info

많이 본 뉴스

Sponsored Lin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