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양경미의영화인사이드] 로맨틱·코믹물 흥행 예감

영화 ‘검사외전’에 관객이 몰리면서 올해는 로맨틱, 코믹 영화의 흥행 성공이 예감된다. 최근까지 국내 관객들의 ‘선택’을 받은 영화들은 과거 역사나 부조리한 한국사회를 고발하는 어둡고 무거운 소재의 영화가 대부분이었다. ‘베테랑’ ‘내부자들’은 사회부조리를 고발했으며 ‘사도’ ‘암살’은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의 어두운 역사를 다뤘다.

로맨틱, 코믹 영화의 흥행이 점쳐지는 이유는 뭘까. 관객들은 지치고 각박한 현실에서 벗어나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위해 영화관을 찾는다. 영화를 통해 위안과 위로를 받고 싶은 것이다. 그동안 현실에서 해결하지 못한 사회문제를 영화를 통해 대리만족해 왔다. 그러나 같은 패턴의 사회고발 영화나 과거를 되돌아보는 영화는 보고 나면 힘들고 지친다. 이제 관객들은 좀 더 밝고 가벼운 영화를 원하고 있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 콘텐츠산업연구소장
이러한 경향은 역사적 사실에서도 찾을 수 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경제가 좋지 않을 때 영화산업은 활기를 띤다.1930년대 세계대공황 시기 미국에서 흥행에 성공한 영화는 사회를 고발하는 범죄와 로맨틱코미디 영화였다. 위기에 직면했을 때, 초기에는 영화가 현실의 고난을 파고들어가 문제를 제기한다. 그러다가 방향을 선회한다. 반대로 현실의 고난을 잊게 해주는 영화가 관객들에게 인기를 얻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우리나라에서도 있었다. 1998년 외환위기 때, 우리 영화산업은 활기를 띠었다. ‘주유소습격사건’ ‘반칙왕’과 같은 코미디 장르와 ‘쉬리’ ‘동감’ 같은 로맨스·멜로 장르가 흥행에 성공했다.

지금 경제상황은 1930년대 세계대공황 시기와 비슷하다고 한다. 1930년대 미국과 같이 우리도 그동안은 사회비판적인 이슈를 주제로 하는 무거운 영화가 관객몰이를 했다. 그러나 이제는 경기침체로 피로한 관객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로맨틱, 코믹 영화가 등장할 단계인 것이다.

영화 ‘검사외전’의 한 장면.
최근 개봉했거나 개봉할 예정인 ‘검사외전’과 ‘좋아해줘’는 이러한 관객들의 수요를 반영하고 있다. ‘검사외전’은 우리가 예상하는 것과 전혀 다른 영화다. 살인누명을 쓰고 수감된 검사가 꽃미남 사기꾼을 만나 누명을 벗는다는 내용의 범죄오락 영화다. 기존 범죄 영화의 소재와 설정만 유사할 뿐, 영화는 코믹오락물에 가깝다. ‘좋아해줘’ 역시 로맨틱코믹물로 세 커플의 사랑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다.

2016년에는 밝고 조금은 희망적인 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해서 경기침체로 피곤한 관객들에게 위안과 긍정의 힘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 콘텐츠산업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