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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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병력 적 후방 신속 이송… ‘초수평선’ 작전 가능

[한국의 무기 이야기] ⑮ 최신 상륙함 ‘천왕봉함'
6·25전쟁 초기인 1950년 9월15일 전격 실시된 인천상륙작전은 전통적인 지상전에 익숙한 우리 군에 상륙작전의 효과를 강하게 인식시킨 계기가 됐다. 적진 깊숙한 곳에 상륙해 적 후방을 교란할 필요성을 느낀 우리 군은 해병대 전력과 대형수송함 ‘독도함’ 1척, 고준봉급 상륙함(4200t급) 4척을 확보했다.

하지만 1993~1999년 건조된 고준봉급 상륙함의 노후화가 심해지자 해군은 이를 대체할 신형 상륙함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 결과로 등장한 함정이 바로 2013년 진수된 차기 상륙함 ‘천왕봉함’이다. 건조를 맡은 한진중공업은 2008년부터 약 2년간 기본설계 끝에 2011년 건조에 착수해 2013년 천왕봉함을 진수했다. ‘천왕봉’이라는 함명은 적지에 상륙해 고지를 탈환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명도가 높은 봉우리 이름을 상륙함에 붙이는 해군의 전통에 따라 제정했다. 천왕봉은 1976년 국내 첫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지리산(1915m) 최고봉이다. 천왕봉함은 300여명의 상륙부대원 승선하고 상륙정(LCM) 3척, K-1전차·상륙돌격장갑차(KAAV) 15대를 탑재하며 헬기 2대의 이착륙이 가능하다. 상륙정은 K-1 전차나 완전무장한 해병대원 100명을 이송할 능력을 갖고 있다.

기존의 고준봉급 상륙함보다 속력이 5노트(시속 9㎞) 이상 증가해 상륙작전에 소요되는 시간을 크게 줄였다. 기동 능력도 뛰어나 작전 반경이 수평선을 넘어서는 ‘초수평선' 상륙작전도 할 수 있다. 전투체계를 비롯한 핵심 장비들은 대부분 국산으로 구성됐다. 상륙작전지휘소가 신설됐으며 방탄설계 적용구역과 방화격벽이 강화돼 함정의 생존성을 한층 더 높였다.

천왕봉함은 평시에는 기지와 도서에 대한 병력·장비·물자 수송, PKO(평화유지활동), 해외 연합훈련 등을 지원하며 전시에는 상륙작전의 핵심으로 해병대 병력을 적 후방으로 이송한다. 지난해 해군에 정식으로 취역한 천왕봉함은 지난 2월 태국에서 열린 ‘코브라 골드' 훈련에서는 해병대 병력 230여명과 상륙돌격장갑차 8대, K-1 전차 4대 등을 싣고 참가해 상륙전력을 해외에 투입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했다. 지난 7일부터 경북 포항 앞바다에서 진행 중인 한·미 연합 ‘쌍용훈련’에도 우리 측 상륙전단의 일원으로 훈련을 이끌고 있다.

해군은 2018년까지 차기 상륙함 4척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2번함 ‘천자봉함'은 지난해 12월 경남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진수돼 시험평가를 받고 있으며 2017년 초 해군에 실전배치될 예정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