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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가 깊은 저성장의 늪으로 빠져드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청춘들의 공포도 커지고 있다. 투자와 고용이 위축될 게 뻔하니 청년층 고용이 더 어려워질 터여서다. 실제 한국은행이 지난 19일 경제전망 발표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연 3.0%에서 2.8%로 낮춰 잡기도 했다. 그럼에도 새로운 일자리와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산업계 구조개혁 논의는 지지부진이다. 청춘들은 정부에, 국회에 “일자리를 만들고 월급을 받게 해 달라”고 하소연한다. 하지만 국내외 여건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대학 졸업장을 받은 지 3∼5년이 지나도록 ‘백수’로 남았지만, 그래서 암담하지만, 그래도 희망을 놓지 않고 새 돌파구를 찾아 나선 우리 시대의 청춘들을 만나봤다.
20일 취재기자의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이모(30)씨의 목소리는 처져 있었다. 이씨는 수도권 사립대에서 컴퓨터 관련 전공을 한 뒤 2010년 미국에서 1년 동안 인턴으로 일한 게 경력의 전부다. 귀국 당시 이씨는 연고가 없는 미국보다는 한국이 취업하는 게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단다. 전공과 관련된 분야에서 인턴을 해보니 적성도 맞고 업무능력도 인정받아 국내 대기업쯤은 거뜬히 취직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도 있었다.
사상 유례없는 취업난에 청년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청년층이 직면한 ‘고용절벽’은 이제 새삼스러운 세태도 아니다. 이들에게 번듯한 직장을 제공하기 위해선 유연 근로 확대 등 산업계 전반의 구조개혁이 시급한 상황이다. 청년층 스스로도 대기업 등 남들과 똑같은 목표에만 매달리지 않고 본인의 능력과 환경 등을 감안한 대안을 찾아나서는 유연한 사고방식의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허모(30)씨는 오직 시험성적으로만 판가름나는 공무원이 가장 공정한 게임으로 비친다. 지방대를 졸업한 허씨가 서울의 이른바 ‘명문대’ 졸업자들과 ‘스펙’ 경쟁을 하는 건 현실적인 한계가 있어서다.
‘눈’도 낮췄다. 그는 “처음에 가고 싶은 공기업 몇 개 있었는데 계속 낙방하다 보니 자신감이 바닥을 친 것 같다. 2~3년 전 공기업에서 공무원 시험으로 전환할 때는 ‘9급쯤이야’ 싶어 9급은 보험으로 치는 거고 7급에 주력했는데, 지금은 현실을 깨닫고 9급에 ‘올인’ 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사립대를 졸업한 양모(28·여)씨는 아직 현실과 타협하길 거부하는 케이스다. 대학을 마치면서 남들처럼 대기업에 들어가려고 준비했지만 시원찮은 결과에 현재는 로스쿨 입학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법학적성시험(LEET) 점수가 그리 높지 않다고 한다. 양씨는 “솔직히 로스쿨 갈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중소기업에 들어가는 건 싫다. 정 안 되면 괜찮은 대학 법학과로 편입하는 방안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임금체계 등 산업계의 전반적인 구조를 이참에 확 뜯어고쳐야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경제학)는 “기존 실업률에 대비했을 때 청년실업률 비율이 점점 커지고 만성화하고 있다”며 “구조적인 개편이 없으면 현재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계속해 “기성세대의 호봉제 임금체계에 성과요소를 넣어 고용창출을 하고, 근로시간을 줄여서 청년일자리를 창출해 줘야 하며 무엇보다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에 청년고용 수요를 흡수해 주는 융복합적인 산업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기천·이우중 기자 n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