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뉴스분석] 박 대통령 ‘직무수행 한계 언급’ 왜

나홀로 국정운영 탓… ‘협치’만이 돌파구
'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은 모두 조기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을 피해가지 못했다. 선거 패배와 경제정책 실패, 친인척 비리 등이 원인이 돼 집권 4년차 징크스에 시달리다 급격히 힘이 쇠약해졌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26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집권 초부터 강력히 추진해온 4대 부문 개혁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들의 국회 처리가 꽉 막힌 상황에 대한 착잡한 심경을 토로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왜 이런 한계에 봉착했고, 어떻게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까.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소통 없는 국정운영에 호통정치만”

다른 대통령의 사정도 비슷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5월 21일 청와대에서 가진 5·18행사추진위원 간담회에서 “전부 힘으로 하려고 하니 대통령직을 못해 먹겠다는 위기감이 있다”고 했다. 당시는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물류대란에 이어 전교조와 공무원노조의 집단행동이 예고되는 등 국정이 난맥상을 보이고 있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서 광우병 파동과 공기업 민영화 반대 여론을 거론하며 “대통령으로서의 한계를 절감했다”고 언급했다.

박 대통령 집권 전반기는 여대야소 정국이었지만, 핵심 국정과제 추진은 순조롭지 못했다. 공공·노동·금융·교육 4대 부문 개혁을 비롯해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에 역점을 뒀지만 19대 국회 처리는 물 건너 갔다. 국회선진화법 탓에 야당 협력 없이는 법안 통과가 어려운 구조도 그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있다는 지적이 많다.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정치권과 소통을 강화하고, 야당 설득에 적극 나서지 않고 ‘호통정치’에만 몰두했다는 것이다. 51% 득표로 당선된 박 대통령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절반 가까운 국민을 하나로 묶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대안은 협치와 소통정치 실현

전문가들은 협치와 소통정치 강화를 대안으로 지적하고 있다. 강석진 정치평론가는 27일 통화에서 “처음부터 국정을 원만하게 운영하는 틀을 만들지 않은 채 자기가 하려는 것만 하려고 하니 반대에 부딪히고 레임덕에 빠지게 된다”고 진단했다. “대통령이 됐을 때부터 협치의 마음을 갖고 가깝게는 여당, 멀게는 야당과 사회 제 분야와 대화와 노력을 하며 내줄 것은 내주고 얻을 것은 얻었다면 그런 언급은 없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업적 조급증에 빠진 대통령과 무조건 반대만 하는 이분법적 정치구도에서 기인한다고 본다”며 “우선 대통령이 업적쌓기에 대한 조급증을 버리고 근본적으로는 이분법적 정치구도를 바꿔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화소통으로 돌파구 모색… 성과는 미지수

박 대통령은 청와대 편집·보도국장 오찬에서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등) 3당 대표 정례회동을 긍정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소통·협력을 후반기 국정기조로 삼고 정치권과의 소통 강화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3당 대표회동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박 대통령이 취임 후 지금까지 6차례 야당과 회동했지만, 회동 이후 오히려 불신을 키우고 정치적 논란을 불러온 경우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단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이날 “정식 회의가 제의되면 응할 용의가 있다”고 호응했다.

이우승 기자 ws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