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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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진의 밀리터리S] 울컥해서 쐈나… 잘 보이려 쐈나… 무수단 '미스터리'

성능 높이려 변형 발사 가능성 / 일각선 “과잉충성이 부른 참사” / 김정은 리더십 상처 입은 건 분명
북한이 지난 15일과 28일 사거리 3000㎞대 ‘무수단’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세 차례 발사했으나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발사 직후 공중폭발하거나 아예 자세조차 잡지 못한 채 지상으로 곤두박질쳤다.

이렇게까지 실패를 무릅쓰고 북한이 무수단 발사에 목을 매는 이유는 뭘까. 일반적인 미사일 개발 프로세스나 유엔과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 대미 협상력 제고 등의 복선을 깔고 도발에 나섰다고 선뜻 단정짓기가 어렵다. 북한의 의도를 설명하기가 충분하지 않아서다.

지난 24일 북한 관영매체를 통해 공개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수중시험발사 시험 참관 모습.
무수단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지시로 지난 15일 9년 만에 처음 시험발사됐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한·미 군 당국은 무수단 미사일이 이동식 차량(TEL)에서 발사된 뒤 수초 만에 공중폭발했다고 밝혔다.

두 번째 무수단 역시 초기 비행자세를 잡지 못한 채 추락했다. 세 번째는 첫 발사 때와 마찬가지로 발사 직후 공중폭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수단은 북한이 2007년 무렵 실전배치한 것이다. 상당 부분 신뢰성을 인정받은 미사일 엔진이고 이란에서도 시험을 했던 전례가 있다. 현재 개발 중이거나 개발이 막 끝난 시제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발사 실패의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할 수 있다.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드는 부분이다. 실전배치를 통해 성능이 검증된 미사일이 연달아 세 차례나 발사가 무위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다. 완제품에 변형의 손길이 가해졌을 개연성이 점쳐진다.

'무수단' 중거리 탄도미사일. 자료사진
경남대 김동엽 교수는 “사거리를 줄이고 고도를 높여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환경을 조성하려던 것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단순한 발사시험이 아닌 변형된 발사시험일 가능성도 면밀히 따져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수단 미사일에 설계변경이 가해져 기존 탄두와 다른 사이즈의 핵탄두가 실리고 추가 고체연료통까지 장착돼 비행 자체를 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지난 23일 동해에서 수중 발사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김정은에 대한 과잉 충성경쟁이 빚은 참사로 보는 시각도 있다.

잇단 미사일 발사가 김정은의 지시에 따른 핵능력 강화 조치에 맞춰지다 보니 발사 실패의 원인 내지는 결함 분석작업을 하지 않은 채 성급하게 밀어붙이다 발생한 사고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군 당국이 28일 2차 발사시험 이후 북한의 행동에 조급함이 묻어난다고 했던 배경이다. 군 관계자는 “김정은 한 마디에 기술력 내지 여건이 무시된 분위기가 거듭된 실패로 이어진 것”이라며 “특히 28일 상황은 북한 전략군사령부 고위층이 여럿 다칠 수 있고, 김정은 위기관리 능력에도 흠집을 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잇단 발사 실패가 다행이라기보다 김정은의 다음 행동이 어떤 식으로 표출될지가 더 우려스럽다. 최근 북한을 방문했던 김정일의 전속 요리사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藤本建二)가 “김정은이 울컥해서 했다”는 말이 귓가를 맴돈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