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난류한류] 로또 번호 오려붙여 “1등 당첨” 사기극

조작된 사진 메신저로 보여줘 / 11명에 2억 가로챈 30대 구속
“우리 결혼하면 차가 필요할 텐데 혹시 당장 쓸 수 있는 돈 있어?”

지난해 7월 남편과 이혼 절차를 밟던 30대 여성 A씨는 교제 중이던 송모(30)씨와 ‘아름다운 미래’를 속삭이다 이런 말을 들었다. 남편과는 차원이 다른 송씨의 매력에 빠진 A씨는 선뜻 4000만원을 건넸다. 이혼 남녀가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만난 송씨는 출중한 외모에다 재력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그는 대기업에 다닌다면서 아버지가 치과의사, 어머니는 건물 여러 채를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3개월 전에는 로또 1등에 당첨됐다며 로또 용지를 모바일 메신저로 보여주기도 했다. 송씨는 “당첨금은 상속세를 피하려는 한 부자에게 판매하는 식으로 받기로 했다”며 이후 14억3150만원이 찍힌 본인 명의의 은행 잔고증명서도 보여줬다.

그러나 돈을 건네고 나자 송씨의 태도가 달라졌다. A씨에게 차갑게 대하기 일쑤더니 연락조차 뜸해졌다. 화가 난 A씨가 “빌려준 돈이라도 갚아라”고 요구하자 송씨가 본색을 드러냈다.

그는 “당신 남편에게 우리 교제 사실을 알려 이혼도 막고 양육권도 갖지 못하게 하겠다”고 협박했다. 대기업 직원이라든가 부모가 재력가라는 말도 다 거짓이었다. 심지어 1등에 당첨됐다던 로또 용지도 4등 당첨 용지에다 다른 로또용지 번호를 덧붙여 만든 가짜였고 잔고증명서도 마찬가지다.

송씨는 다른 여성 2명도 비슷한 수법으로 속이거나 오토바이 동호회 등에서 만난 회원 8명에게도 “대기업에 취업시켜주겠다”는 등의 감언이설로 모두 2억3000만원을 가로챘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29일 사기 등 혐의로 송씨를 구속했다.

남혜정 기자 hjna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