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돌이켜보면 그 시절은 날마다 두 가지 감정과 싸우던 나날이었다. 첫 번째 감정은 ‘불안감’이다. 이미 대학은 졸업해서 특별히 갈 곳도 없으니 남는 시간에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뒤처져 영원히 도태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견뎌낼 수 없다. 학원을 다녀 스펙 1점이라도 올려야 하고, 같은 고민을 하는 취업준비생들을 만나 정보교류라도 해야 한다.
서필웅 사회2부 기자 |
지난해 10월 성남시가 청년배당 지급을 결정했을 때, 그리고 뒤이어 서울시가 청년활동지원 사업을 발표했을 때 ‘정책을 만든 사람 중 놀아 본 사람이 있는 것임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희망 없이 조금씩 침잠해 들어가는 청년들의 삶과 그 속에서 익숙해진 무기력을 지적하는 모습에서 그들의 삶에 대한 이해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성남시의 청년배당은 성남시에 거주하는 청년을 대상으로, 서울시의 청년활동지원은 저소득 미취업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만 다를 뿐 두 정책 모두 결국 이야기하는 것은 한가지다. 더 이상 불안감, 죄책감과 싸우다 미래에 대한 방향을 잃지 말라는 것. “세상에 대한 경험을 넓혀 주기 위한 방법이 청년수당”이라는 설명처럼 사회가 작은 도움이나마 줄 테니 더 이상 방황하지 말고 꿈을 위해, 미래를 위해 계속 전진해 보라는 뜻일 것이다. 성남시의 청년배당과 서울시의 청년활동지원 정책이 처음 발표되고 벌써 6개월여가 지났다. 그 사이 성남시는 청년배당 정책을 시행했고, 그 과정에서 작은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청년들에게는 그 크지 않은 지원이 큰 힘이 되기도 한다.
정책 발표 후 계속된 포퓰리즘 지적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청년수당은 취업의 문에 오르지 못하는 수십만명의 청년들에게 사다리를 만들어 주겠다는 것”이라고 항변한 적이 있다. 사실 두 가지 상반된 감정과 싸우다 결국 무기력이라는 늪속으로 가라앉던 그 시절, 우리에겐 정말 그런 게 필요했다. 늪이 아니라 두 다리를 딛고 단단히 설 수 있는 마른 땅으로 갈 수 있는 작은 사다리가 말이다. 지금 이 시간, 여전히 방황하고 있는 청년들이 그 사다리를 밟고 올라가 다시 미래를 위한 길을 걸을 수 있도록 한때 같은 백수였던 기자도 두 손을 모아 응원한다.
서필웅 사회2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