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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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필로폰 수만명분 국내 유통

검, 탈북자·중국동포 등 23명 기소
주로 북·중 접경지역서 거래 확인
투약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도
북한산 필로폰을 국내로 밀반입해 유통시키거나 투약한 탈북자와 중국동포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들이 유통시킨 필로폰은 압수된 것만 810.7g으로 2만7000명 이상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이용일)는 1일 탈북자와 중국동포 등이 낀 북한산 필로폰 거래·투약 사건을 적발해 13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10명은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구속된 13명 중 7명이 탈북자, 5명은 중국동포였고 한국인도 1명 포함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대부분 2014년 2월부터 최근까지 2년간 북·중 접경지역에서 구한 북한산 필로폰을 국내로 들여와 고가에 판매하거나 스스로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에게서 필로폰을 구매한 단순 투약자들도 함께 덜미를 잡혔다.

전직 다방 종업원 강모(33·여)씨는 2015년 2월부터 12월까지 상습적으로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그는 필로폰 투약 후 일주일쯤 지나 탈북자들이 대거 출연하는 국내 한 방송사 예능프로그램에 얼굴을 드러낸 것으로 조사됐다. 강씨는 조사에서 “약이 부족한 북한은 몸이 아프면 필로폰을 진통제처럼 투약하고 경조사 때 한국의 축의금·부조금처럼 필로폰을 주고받는다”면서 “필로폰 투약이 잘못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탈북자 등이 필로폰 투약에 쓴 ‘돌비늘’(왼쪽)과 기타 투약 도구(오른쪽).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제공
마약 제조·유통을 전문으로 하는 이들 사이에는 ‘북한산 필로폰이 각성효과가 가장 뛰어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북한산 필로폰 수요가 워낙 많다 보니 한국인 필로폰 판매상이 탈북자를 사칭하기도 했다. 최모(30)씨는 올 초 필로폰을 2회 판매하고 4회에 걸쳐 투약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그는 중국동포로부터 필로폰 1을 15만∼25만원에 구입한 뒤 북한산 필로폰으로 가장해 1당 50만원씩 받고 팔았다. 최씨는 조사에서 “북한산 필로폰으로 믿게 하려고 탈북자 행세를 했다”고 진술했다.

필로폰 공급처는 북·중 접경지역에 사는 중국동포인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북한 주민이 직접 가담한 정황도 나왔다.

검찰은 조사 과정에서 북한산 필로폰이 주민들에 의해 중국 단둥으로 옮겨져 거래되는 실태를 파악했다. 다만 검찰은 “북한산 필로폰의 원제조자와 유통 주체를 구체적으로 확인하진 못했다”고 밝혔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