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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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식] 호텔, 한식당 외면… 찬밥된 우리의 맛

주요 호텔 식당 10곳 중 1곳꼴
우리 고유 음식 접할 기회 없어
중·일선 자국 전통음식점 키워
일본 골든위크(4월29일∼5월8일)와 중국 노동절 연휴(4월30일∼5월2일) 등을 맞아 한국을 찾는 일본인과 중국인 관광객 등의 발길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연휴기간에 일본인 관광객 8만명과 중국인 관광객 6만명 등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들은 관광과 쇼핑을 즐기며 삼계탕을 비롯한 우리 먹거리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 맛을 담아낸 한식당은 점차 설 자리를 잃고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수익성 등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대표적으로 관광객이 주로 찾는 호텔이 꼽힌다.

국내 주요 호텔의 식당 10곳 중 한식당은 1곳에 불과했다. 관광과 비즈니스 등을 위해 한국을 찾아 호텔에 머무는 외국인이 호텔에서 우리 고유 음식을 접하기가 쉽지 않게 된 것이다. 중국과 일본 호텔들이 자국의 전통 음식점을 빠짐없이 두고 있는 것과 크게 대비된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호텔에서 한식당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식 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세계일보가 1일 전국의 ‘특급호텔’(5성급, 무궁화 특1등급) 57곳과 서울시 및 6대 광역시 ‘관광호텔’(4성급, 무궁화 특2등급) 53곳을 대상으로 보유 식당 현황을 조사한 결과, 한식당을 둔 특급호텔은 15곳(26.3%), 관광호텔은 8곳(15.1%)이었다. 특급·관광호텔의 전체 식당 수는 236개(특급 159개·관광 77개)인데, 이 중 한식당은 25개(10.6%, 특급 17개·관광 8개)에 그쳤다. 이번 조사에서 식당으로 보기 힘든 라운지와 바, 제과점, 커피숍, 펍은 집계에서 제외했으며 두 유형의 음식을 함께 파는 식당이나 일반 양식당 등 성격이 모호한 경우는 기타로 분류했다.

식당 유형별로는 특급(48개)·관광호텔(32개) 모두 ‘뷔페’가 가장 많았다. 특급호텔에서는 중식당(25개)과 일식당(21개)이 뷔페 다음으로 많았고, 한식당(17개)과 이탈리아 식당(14개), 프랑스 식당(3개)이 뒤를 이었다. 식당 수로만 치면 한식이 중식과 일식보다 홀대 받고 있는 셈이다.

관광호텔은 뷔페에 이어 한식당(8개)이 많았고, 중식당과 이탈리아 식당(각 5개), 일식당(4개) 순이었다.
특히 외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서울 지역 호텔의 한식 홀대는 더욱 두드러졌다. 서울 시내 특급호텔 21곳 중 한식당을 둔 데는 롯데호텔서울과 메이필드호텔, 서울신라호텔, 쉐라톤그랜드워커힐 4곳뿐이다. 메이필드호텔과 쉐라톤그랜드워커힐은 이례적으로 한식당(갈비 전문점 포함)을 2개씩 뒀다. 극소수 호텔에서만 한식당의 명맥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김상태 관광정책연구실장은 “호텔에서 한식당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은 무엇보다 수익성이 낮기 때문”이라며 “한식당을 운영하는 호텔들의 경우 경제 논리 때문이라기보다는 우리 문화를 보존하는 차원에서 운영하자는 오너의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