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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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청년희망펀드’ 공개 주기 바꾼 이유

[경제 톡톡] 실적 경쟁 부담… ‘0건의 굴욕’ 피하기
전국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 가면 ‘청년희망펀드’ 실적을 볼 수 있습니다. 청년희망펀드는 지난해 9월15일 박근혜 대통령이 “서로 고통을 나누고 분담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펀드 조성을 지시해 국무조정실이 만들었습니다. 모금된 돈은 청년실업대책 등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은행연합회에서는 이 펀드 모금 실적을 모금 초기부터 하루 단위로 공개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청와대 본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뒤 참모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청년희망펀드 공익신탁 가입신청서에 1호 기부자로 서명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일시금 2000만원과 매월 월급의 20%를 기부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자료사진
은행연합회는 그러나 지난달 중순부터 공개 주기를 일주일로 바꿨습니다. 지난달 15일까지는 하루 단위로 공개를 하다가 그 이후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실적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공개 주기 변경 이유를 “국무조정실·법무부와 협의해 바꾸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법무부는 공익신탁법을 맡고 있는 부처입니다. 국무조정실 등은 왜 변경을 협의했을까요. 모금 실적에 답이 있습니다.

지난해 한때 하루 모금 실적이 1000건을 넘었던 청년희망펀드는 갈수록 참여하는 사람이 줄었습니다. 모금액을 청년실업 해결에 쓴다는 생각이 여론의 공감을 얻지 못해 정부 주도의 ‘관제모금’이라는 비판이 나왔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모금 실적은 지난해 11월부터 눈에 띄게 감소해 지난 3월에는 하루에 한 명도 가입하지 않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공개 주기를 바꾼 것은 ‘0건의 굴욕’을 피하고자 내놓은 대책이었던 셈입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일일통계가 부담이 심한 것 같더라”고 말했습니다.

오현태 경제부 기자
하루에 한 번씩 공개하던 실적을 일주일에 한 번씩 공개하면 실적이 0건이 되는 일은 당분간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형적인 ‘눈 가리고 아웅’입니다. 청년희망펀드에는 1400억원가량의 돈이 쌓여 있습니다. 청년희망재단은 국민이 공감할 만한 청년취업 활성화 사업을 내놓아야 합니다. 일주일 실적도 0건이 되기 전에 청년에게 진정한 희망을 줄 수 있는 정책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오현태 경제부 기자 sht9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