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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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닭'과 함께하는 투수 왕국 원년, 염경엽표 넥센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말이 있다. 강력한 타선보다 탄탄한 투수진을 보유한 팀이 승리하기 더 쉽기 때문이다. 강타자가 즐비한 팀은 상위권에 오를 순 있어도 마운드가 허약하다면 우승까지는 힘들다. 지난해 정규리그 우승팀 삼성은 한국시리즈에서 해외 원정 도박 파문으로 핵심 투수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이 엔트리에서 빠지면서 힘 한 번 제대로 못써보고 두산에 무너졌다. 넥센은 2012년 10월 염경엽 감독 부임 이후 꾸준히 가을야구에 진출했지만 부실한 투수진 탓에 우승이라는 달콤한 결실을 맺지 못했다. 지난 시즌 끝난 뒤 염 감독은 “내년에는 투수력으로 버텨보겠다”고 공언했다.
 
넥센 히어로즈 투수 박주현.

시즌 전 전문가들이 예상한 꼴찌 후보 넥센은 팀 체질을 성공적으로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거포군단 넥센은 올 시즌 ‘투수 왕국’으로 발돋움 중이다.

지난해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와 유한준(케이티)을 앞세워 팀 홈런 1위를 기록한 넥센은 ‘넥벤저스’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화끈한 공격력이 강점이었다. 하지만 강타선을 이끌던 두 선수가 팀을 떠났다. 마운드를 지키던 선발 밴헤켄과 마무리 손승락도 지난 시즌을 끝으로 넥센과 작별했다. 허물어질 것 같던 넥센은 팀당 40여 경기를 치른 23일 현재 5할 승률(0.512)을 지키며 가을야구 마지노선인 5위(21승1무20패)를 달리는 중이다.

넥센이 대규모 전력 이탈에도 지난해와 비슷한 성적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고종욱, 이택근 등 타선의 힘도 무시할 수 없지만 ‘싸움닭’으로 무장한 새 얼굴들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염 감독은 “삼성과 한국시리즈에서 붙었을 때 방망이로는 우승하기 힘들다고 느꼈다”며 “지난해부터 투수를 키우는데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넥센 히어로즈 투수 신재영.
넥센 히어로즈 투수 김세현.

올 시즌 넥센 마운드는 선발부터 마무리까지 모난데가 없다. 선발에서는 ‘중고 신인’ 신재영(27)과 박주현(20), 중간에서는 이보근(30), 마무리 김세현(29)이 펄펄 날고 있다. 특히 신재영과 박주현, 김세현은 ‘싸움닭’이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10승이 목표라던 신재영은 어느새 9경기에서 6승을 거뒀다. 53과 3분의 1이닝을 던지는 동안 내준 볼넷이 3개에 불과할 정도로 타자와의 정면승부를 피하지 않는다. 박주현도 42와 3분의 2이닝 동안 7개 내줬다. 백혈병을 극복하고 돌아온 김세현은 SK 박희수와 함께 11세이브로 구원 공동 선두다. 18이닝 동안 볼넷을 하나도 내주지 않았다. 세 싸움닭 덕분에 넥센은 올 시즌 107개의 볼넷만 허용해 전체 1위에 올랐다.

염 감독은 올해를 투수 왕국으로 가는 원년으로 내다봤다. 염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조금씩 자신감이 붙었다. 이대로 꾸준히 가주면 점점 더 강해질 것으로 본다”고 각오를 다졌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