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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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심 가격' 그린의 가벼운 징계, NBA 사무국도 골든스테이트의 조기 탈락을 막고 싶었나

미국 프로농구(NBA) 사무국도 정규리그 역대 최다승(73승) 신기록을 세운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떨어지는 모습은 보기 싫었던 것일까. 동·서부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모두 ‘낭심 가격’ 파울이 일어났음에도 한쪽에는 1경기 출장 정지를 부여한 반면, 다른 한 쪽에는 겨우 벌금만을 부과하며 형평성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사무국의 조치가 리그 흥행을 위해서라는 지적이 현지에서 일고 있다.

NBA사무국은 24일 “골든스테이트 드레이먼드 그린의 플래그런트 파울1을 플래그런트 파울2로 정정한다. 이에 따라 그린에게 2만50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플래그먼트 파울은 그 정도가 심해 부상을 유발할 수 있는 파울을 말한다. 이는 1과 2로 나뉘는 데, 1은 상대팀에 자유투 1개와 공격권을 주고, 2는 자유투 2개와 공격권 부여 이외에도 파울을 저지른 선수를 퇴장시키고, 향후 징계 조치까지 내릴 수 있다.

그린은 지난 23일 오클라호마시티와의 서부컨퍼런스 파이널 3차전 2쿼터에 공격 동작을 하다 자신을 막던 센터 스티븐 아담스에게 저지당했고, 끝까지 슛동작을 유지하는 와중에 아담스의 낭심을 발로 가격했다. 곧바로 아담스는 코트에 업드려 고통을 호소할 만큼 명백한 가격이었다. 당시 주심은 그린에게 플래그런트 파울1을 선언했으나 경기 후 비디오 분석을 통해 플래그런트 파울2로 격상됐다.

그러나 이는 동부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일어난 ‘낭심가격’과는 명백히 징계 수위가 낮아 미국 현지뿐만 아니라 국내 NBA팬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일어나고 있다. 클리블랜드와 토론토의 동부 컨퍼런스 파이널 3차전에서 클리블랜드의 단테이 존스가 상대 센터 비스맥 비욤보의 낭심을 가격했고, 존스는 결국 출장 정지 1경기를 처분받아 24일 열린 4차전에 결장했다.

그린의 이번 컨퍼런스 파이널에서의 낭심 가격이 3차전이 처음이 아니다. 그린은 2차전에서도 아담스의 낭심을 가격한 바 있었으나, 그냥 넘어갔다. 3차전 낭심 가격은 도저히 그냥 넘어가기 힘들정도로 고의성이 다분해 보였고, 단테이 존스의 징계와 같은 1경기 출장 정지가 예상됐다. 그러나 NBA 사무국은 겨우 2만5000달러의 벌금만을 부과한 것이다.

굳이 NBA 사무국의 입장을 대변해보자면 존스와 그린이 팀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다르기에 그린에겐 섣불리 1경기 출장 정지를 내렸다간 컨퍼런스 파이널 판도가 넘어갈 수 있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존스는 벤치 멤버지만, 그린은 골든스테이트의 핵심 멤버다. 팀내 비중을 따지면 에이스인 스테픈 커리 다음이다. 골든스테이트의 상징이 커리와 클레이 탐슨의 ‘스플래시 듀오’지만, 탐슨보다 그린의 비중이 훨씬 높다. 빅맨치고는 다소 작은 신장(2m1)에도 그린은 넘치는 열정과 운동량을 앞세운 수비가 일품이다. 여기에 경기를 리딩할 수 있는 ‘포인트포워드’ 역할도 가능하다. 그린은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평균 14득점, 9.5리바운드, 7.4어시스트, 1.4블록슛 등 기록으로도 그의 다재다능함을 확인할 수 있다. 골든스테이트의 ‘전가의 보도’인 스몰라인업은 그린이 센터 역할을 수행할 정도로 다재다능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만약 그린이 출장 정지를 당했다면, 벤치 에이스 안드레 이궈달라가 주전 라인업에 포함되어 그 역할을 대신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벤치 전력이 헐거워져 에네스 칸터-디온 웨이터스 등을 앞세운 오클라호마시티의 벤치 전력에 크게 밀릴 것이 뻔하다. 만약 4차전에 그린이 4차전에 출전하지 못해 골든스테이트가 패하며 1승3패까지 밀린다면 2년 연속 NBA 파이널 진출은 더욱 힘들어진다.  

정작 그린은 자신에게 내린 심판 판정이 너무 과하다는 입장이다. 뻔뻔한 것인지 3차전 대패로 가라앉은 팀 분위기를 되살리기 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누가 봐도 슛 동작 이후 불필요한 동작으로 다리를 들어 아담스를 가격했음에도 전혀 그럴 의도가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다. 그린은 3차전 직후 “난 절대 아담스를 발로 찰 생각이 없었다. 파울을 당한 뒤에도 슛 동작을 이어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발이 올라간 것뿐이다. 화면만 가지고 고의성의 유무를 말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스티브 커 감독도 “선수들 간의 접촉은 터프한 경기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린의 동작은 전혀 고의성이 없었다”며 그린을 감쌌다. 팀의 핵심 멤버를 힐난할 수 없는 감독의 당연한 ‘제 식구 감싸기’다.

사무국까지 ‘그린 감싸기’처럼 보일 수 있는 수준의 가벼운 징계를 내린 가운데 골든스테이트와 오클라호마시티의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은 어떻게 끝날까. 설령 골든스테이트가 4차전을 잡고 2승2패를 만든 뒤 2승을 더 거둬 NBA 파이널에 진출하더라도 이번 ‘낭심 가격’ 논란과 징계의 형평성 논란은 두고두고 골든스테이트와 그린이 세워갈 기록의 순도를 훼손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NBA 현지 중계 캡처>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