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90살된 마릴린 먼로, 와인으로 환생하다

매년 레이블에 먼로 대표 사진 담아 마니아들에게 인기
‘세기의 연인’ 영화배우 마릴린 먼로( Marilyn Monroe·1926∼1962). 영화 ‘나이아가라’(1953)와 ‘신사는 금발을 좋아한다’(1953)에서 주연을 맡은 먼로는 아름다운 금발과 매혹적인 성적 매력때문에 세계적인 스타로 떠오르게 됩니다.  ‘7년만의 외출’(1955)에서 지하철 환기구에서 올라오는 바람에 스커트가 위로 치솟자 황급하게 손으로 누르는 장면은 먼로의 상징이기도 하지요.
영화배우로서 가장 화려한 삶을 살았지만 그는 애정결핍에 시달린 가장 불행한 여인이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 친아버지에게 버림받고 어머니마저 정신분열로 정신병원에 수용되면서 먼로는 자신을 학대하던 양부모 집과 고아원을 전전하게 됩니다. 1954년 야구선수 조 디마지오와 결혼했지만 9개월만에 파국을 맞았고, 유대인 극작가 아서 밀러와의 결혼도 4년여만에 파경으로 끝나지요. 먼로는 36세이던 1962년 8월 5일 집에서 죽은 채로 발견됩니다. 사인은 수면제 과다였지만 존 F. 케네디, 로버트 케네디와의 염문설때문에 그의 죽음을 둘러싸고 현재까지도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답니다.
이처럼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 간 그녀가 생전에 가장 좋아했던 두가지 있습니다. 바로 향수 샤넬 넘버 5와 샴페인입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나는 샤넬 넘버5를 입고 잠이 들고 파이퍼 하이직 한 잔으로 아침을 시작해요”라고 말했을 정도로 샴페인 파이퍼 하이직을 끔찍하게 사랑했습니다. 파이퍼 하이직은 1785년 설립돼 230년이 넘는 긴 역사를 지닌 샴페인 명가입니다. 마릴린 먼로의 마지막 포토그래퍼 죠르쥬 바리(George Barris)는 “마릴린 먼로는 샴페인 350병으로 목욕을 했다는 소문이 있다. 샴페인으로 숨을 쉬었다”고 얘기했을 정도이니 먼로의 샴페인 사랑은 각별했던 것 같네요. 파이퍼 하이직은 비운의 왕비 마리앙투아네트도 즐겨했던 샴페인으로 프랑스 왕실의 연회 샴페인으로도 사용됐다고 합니다. 또 1993년부터는 칸 국제영화제의 공식 샴페인으로 사용될 정도로 명성이 자자합니다.
이처럼 와인을 사랑한 먼로를 기려 매년 먼로의 유명한 사진을 레이블에 담아 내놓는 먼로 와인도 있습니다. 바로 미국 와인 마릴린 와인즈(Marilyn Wines)입니다. 유명인사를 브랜드한 셀러브러티 와인의 시초이지요. 매년 빈티지마다 레이블이 바뀌기 때문에 이 와인을 수입하는 마니아들까지 생겨났을 정도랍니다.

이 와인은 먼로의 광팬이던 회계사 로버트 홀더(Robert Holder) 부부가 빚는 와인입니다. 1980년 나파밸리에서 취미로 와인을 만들다가 1985년 상업적 첫 와인 ‘마릴린 멀롯’을 출시합니다. 이후 1990년 스파클링 와인 블론드  드 누아, 1993년 마릴린 카베르네 소비뇽을 내놓게 됩니다. 또 1998년에 먼로의 어린 시절 이름을 딴 노마 진(Norma Jeane), 2008년 화이트 와인 소비뇽 블론드. 2010년 좋은 빈티지때만 출시하는 보르도 블렌딩인 마릴린 메리티지를 잇따라 세상에 선보입니다. 마릴린 와인즈는 미국 나파밸리에 고급 포도밭인 오크빌에서 마릴린을 포함한 60가지의 와인을 빚고 있습니다.

노마 진은 멀롯 100%로 라즈베리, 레드 커런트, 자두, 각종 향신료와 체리의 아로마 풍성하면서 신선해 데뷔 초기의 먼로를 느낄 수 있는 와인입니다. 레이블은 1947년 퍼스날 로맨스(Personal Romance) 잡지의 7월호 표지를 장식한 사진으로  빨간 스트라이프 블라우스에 선장 모자를 쓰고 있는 모습으로 유명합니다.
오는 6월1일은 먼로가 태어난지 90년이 되는 날입니다. 마릴린 와인즈의 먼로 와인 새 빈티지는 그녀의 생일에 맞춰 매년 6월 1일에 출시됩니다. 그녀는 갔지만 먼로는 와인으로 매년 다시 태어나 우리들 곁에 영원히 살아있답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