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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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몰카 범죄 느는데… 규제 없는 '초소형 몰카'

판매·유통 뚜렷한 규제 없어
“부엌칼 있죠? 그거랑 똑같다고 보시면 돼요.”

18일 서울 용산구의 한 초소형카메라 전문점. 만년필부터 담뱃갑, USB메모리 등에 숨겨진 ‘초소형카메라’가 진열돼 있었다. 가게 주인 A씨는 “모두 국가에서 허가해 준 제품으로 상대방에게 들킬 염려가 없다”고 장담했다. A씨가 “최근 인기 제품”이라며 건넨 40만원대 모자형 카메라는 자세히 봐도 렌즈를 찾기 힘들 만큼 정교했다. “이런 카메라가 범죄에 사용되면 어떻게 하느냐”는 물음에 그는 “살인이 많이 일어난다고 칼을 팔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초소형카메라 판매처는 용산에만 수십군데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업체는 ‘몰래카메라’(몰카) 판매를 대놓고 홍보했다.

전자상가가 밀집해 있는 서울 용산구의 폐쇄회로(CC)TV 전문점에서는 가지각색의 초소형카메라를 판매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버젓이 ‘몰래카메라’ 문구를 내걸고 영업하기도 한다.
서상배 선임기자
여성의 옷차림이 가벼워지는 여름철을 비롯해 ‘몰카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초소형카메라의 판매와 유통에 관한 명확한 규제가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경찰청에 따르면 초소형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범죄는 2011년 1523건에서 2015년 7623건으로 5년 새 5배나 늘었다. 10년 전(341건)에 비해선 20배 이상 증가했다.


경찰 관계자는 “기술의 발달로 몰카 범죄도 덩달아 늘었고 성범죄뿐 아니라 살인과 강·절도 등 다양한 범죄에 이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련 규제는 거의 없다. 현재 50여개의 전문 온라인 쇼핑몰에서 ‘몰래카메라’나 ‘초소형카메라’, ‘액션카메라’ 등이 10만∼100만원에 팔리고 있다. 한 유명 쇼핑사이트는 ‘워터파크 필수! 없으면 섭섭해∼’라는 광고 카피와 함께 초소형카메라를 판매해 논란을 빚었다. 일부 업체는 ‘전 제품 방송통신위원회 KC인증 획득’이라고 소개하지만, KC인증은 전파간섭이나 인체 유해성 등을 평가하는 인증에 불과하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초소형카메라 판매 등을 제재할 근거가 없어 중국산 저가형 몰카들까지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다“며 “이로 인한 부작용이 적지 않은 만큼 제도적인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