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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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메뉴얼' 정일선 사장, 3년간 운전기사 12명 갈아치워…기소의견 檢송치

'운전기사 갑(甲)질 매뉴얼' 논란을 불러 일으킨 현대가 3세 정일선 현대BNG스틸 사장이 3년간 운전기사를 무려 12명이나 갈아 치웠으며 기사 61명에게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해 근무토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 사장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넷째 아들인 고 정몽우 전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장남이다.

27일 고용노동부 서울강남지청은 정 사장을 지난 14일 소환조사하고 관련서류와 피해자 진술을 토대로 근로기준법을 위반 혐의로 입건, 지난 21일 기소 의견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고 알렸다.

강남지청은 최근 3년간 급여명세서 등을 조사한 결과, 정 사장이 운전기사 61명을 갈아치웠으며 상당수 운전기사가 주당 80시간 이상 근무하는 등 주 56시간 이상 일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남지청은 정 사장이 근무 중 운전기사를 폭행했다는 보도 내용을 토대로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지만, 폭행당했다는 진술을 1명에게서만 확보했다.

강남지청 관계자는 "대부분 (폭행 관련)진술을 하기 꺼렸다"고 했다.

강남지청은 '갑질 매뉴얼'에 대해서도 조사했지만 처벌 조항이 없어 혐의에는 포함하지 않았다.

지난 4월 정 사장은 A4용지 140여장 분량의 매뉴얼을 만들어 운전기사에게 갑질을 했다는 내용이 알려져 비난을 받았다.

정 사장은 모닝콜과 초인종 누르는 시기·방법 등 일과가 촘촘히 규정된 매뉴얼대로 운전기사가 이행하지 못하면 폭언과 폭행을 했고, 경위서까지 작성하게 했다.

이에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정 사장을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된 뒤 고용노동부 서울강남지청으로 내려갔다.

노동부 조사 내용에 대해 현대BNG스틸측은 "운전기사 61명은 임원 등 다른 회사 임직원 차량을 모는 운전기사를 합한 숫자이다"며 "그 기간 중 정 사장 차량을 맡았던 기사는 12명이었다"고 해명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