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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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테러는 더 이상 국제뉴스가 아닙니다"

국내도 테러 안전지대 아니다… CCTV·대피로 꼼꼼하게 확인/ 테러취약지역 쇼핑몰 점검 동행 르포
“테러는 더 이상 국제뉴스가 아닙니다.”

28일 서울 송파구 롯데몰 지하 1층 종합방재실. 서울경찰청 대테러계와 경찰특공대 관계자들이 모여 ‘테러취약지점 특별점검’을 벌였다. 경찰은 50여개 체크리스트를 바탕으로 3시간에 걸쳐 쇼핑몰 내 폐쇄회로(CC)TV 설치 현황, 내부 대피로, 유사시 대응 시나리오, 휴대장비 사용 요령 및 숙달 정도 등 롯데몰 테러대응 체계 전반을 확인했다.

특별 점검 롯데몰 소속 대테러팀 직원들이 폭발물 탐지견을 데리고 28일 서울 송파구 잠실 제2롯데월드 건설현장에서 테러 대응조치를 시연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이날 점검을 총괄한 서울경찰청 김현환 대테러계장(경정)은 “이곳만 해도 하루 유동인구가 10만명”이라며 “우리나라도 언제, 어디서 테러가 발생할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롯데몰은 유사시 경찰관서와 직통하는 ‘핫라인’이 갖춰지지 않은 점을 지적받고 곧바로 조치하기로 했다. 롯데 관계자는 “군?경 점검을 통해 민간이 놓치는 부분을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은 다음달 중순까지 공항, 백화점 등 다중이용시설을 중심으로 테러취약지점 전반을 점검하기로 했다. 최근 터키, 파리 등에서 ‘외로운 늑대형’(국제테러조직 소속이 아닌 자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자생형) 테러가 잇따르면서 한국도 ‘테러 청정국’으로 볼 수 없다는 우려가 점증한 데 따른 조치다.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4일 테러방지법 시행에 따라 국무총리실 산하에 대테러센터가 신설돼 국가적 테러대응시스템 구축과 기관별 역할 정리 작업이 한창이다.

국내 일반테러의 경우 경찰이 현장 지휘?통솔 권한을 부여받는 등 대테러 활동에 있어 역할이 강화됐다. 다중이용시설을 운용하는 민간기업들도 속속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다. 지난 5월 ‘폭발물 설치’ 협박을 받은 롯데의 경우 특전사 출신으로 구성된 민간 대테러팀을 구성했다.

우리나라 대테러 체계는 테러방지법이 우여곡절 끝에 시행되면서 ‘첫발은 뗐다’, ‘전반적 골격은 마련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지금의 대테러 패러다임은 ‘사후 조치’에 맞춰져 있어 ‘사전 예방’ 노력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높다. 인권침해 등 논란도 산재해 있다.

안민석·추미애 등 야당 전·현직 국회의원 20명은 최근 성명을 내고 “국가정보원이 ‘테러위험인물’이란 모호한 기준을 바탕으로 정부비판 인사들에게 무차별적인 인권침해를 자행할 것”이라며 “독소조항이 있어 국민사찰 의도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법 자체를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테러 방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국제공조와 관련, 구체적인 언급이 없어서다. 경찰대 이종화 교수는 “우리나라는 ‘유엔범죄인도조약’의 일부 조항이 삭제돼 인터폴에서 위험인물에 대한 적색수배 요청을 해도 국내법상 구속영장 청구의 근거가 못 되는 형편”이라며 “현행법상 외국인에 대해 신원 확인을 요구할 구체적인 법적 근거도 미비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민간 영역의 경우 최고경영자의 관심 정도에 좌우된다는 점도 문제다. 재계 관계자는 “외국계 기업과 내국 기업 간 테러 대비에 확연한 차이가 있다”며 “아무래도 외국계 기업이 테러와 관련해 보다 민감하게 대응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건국대 이웅혁 교수(경찰행정학)는 “비용적인 측면이 발생하기 때문에 민간기업에 관련 시설 구비 등을 강제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한국테러학회 회장인 이만종 호원대 교수(법경찰학)는 “우리나라는 아직 심각한 수준의 테러를 경험해보지 못해 전반적으로 둔감한 것이 사실”이라며 “군?경뿐 아니라 민간이 유기적으로 협업해 국가적 시스템을 꼼꼼하게 채워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