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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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검찰 바로 세우기, ‘셀프 개혁’으로는 어림없다

추진단 구성해 개혁키로
과거 쇄신 다짐 시늉 그쳐
외부 맡겨 구조혁신 해야
진경준 검사장이 의혹 제기 넉달 만에 뇌물사범으로 추락하면서 검찰 역사에 또 하나의 오점을 남겼다. 진 검사장은 넥슨 창업자 김정주 NXC회장 등으로부터 주식과 제네시스 승용차, 가족여행 경비 등 9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어제 재판에 넘겨졌다. 대검은 진 검사장 해임을 청구했다.

검찰은 자체 개혁에 착수해 “통렬한 반성과 성찰을 바탕으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김주현 대검 차장이 총괄할 개혁추진단은 청렴문화 확산, 바람직한 조직문화 조성, 검사실 업무 합리화, 효율적인 검찰제도 정립 등 4개 태스크포스로 구성됐다. 검찰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개혁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다행이지만 셀프개혁의 한계가 눈앞에 어른거린다. 진정한 개혁의지가 있는지, 실질적인 개혁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은 내부비리로 위기에 몰릴 때마다 쇄신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 2014년에도 정종섭 서울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한 검찰개혁심의위원회를 만들어 검찰의 중립성과 공정성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 분산 및 검찰인사의 객관성 제고, 검사의 자격 검증과 전문화를 통한 수사능력 강화, 검사 비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 시스템 구축에 나서겠다고 발표했으나 구두선에 그쳤다. 앞서 2011년에는 국회 주도의 검찰개혁이 검찰의 조직적 반발로 무산됐다. 당시 대검 기획조정부장으로 검찰 기득권 수호에 앞장서 사표를 냈던 홍만표 검사는 변호사로서 2013년 한 해에만 91억원의 소득을 올렸다. 검찰 권력을 지키느라 희생한 대가로 조직이 배려한 전관예우 정황이 짙다.

검찰 개혁을 검찰 손에 맡겨서는 백년하청이다. 국회 등 외부 기구가 맡아 대수술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공정한 검찰권 행사를 담보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 검사의 청와대 파견 금지와 기소권, 수사권, 수사지휘권, 공소유지권 등 무소불위의 권한 재조정 등 검찰의 구조적 개혁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검찰을 바로 세우는 첫걸음은 검찰 구성원의 각성과 실천이다. ‘통렬한 반성과 성찰’이 빈말이 아니라면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검찰의 이번 개혁 다짐이 또다시 시늉에 그친다면 국민적 신뢰를 회복할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