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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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사 비용만 300억’…정부부처는 어디?

최근 미래창조과학부의 ‘옆동 이사’를 둘러싸고 잡음이 일고 있습니다.

세종시로 내려가야 할 미래부가 정부과천청사 4동에서 옆동인 5동으로 이사하면서 44억원이라는 거액의 혈세를 낭비했다는 것입니다. 한편에서는 청사 내 바로 옆동으로 옮기면서 44억이라는 거금의 이사 비용이 든 것에 깜짝 놀랐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진짜 놀랄만한 것은 미래부가 있던 자리에 들어오는 방위사업청의 이사 비용입니다. 

30일 정부에 따르면 용산에서 미래부를 밀어내고 정부과천청사 3동과 4동에 입주할 예정인 방사청의 이사 비용은 무려 300억원에 달합니다. 과천에서 세종시로 옮긴 부처들의 이사 비용이 20억∼50억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방사청의 이사 비용은 개별 정부부처 및 외청 가운데 역대 최고 수준입니다.

2013∼2014년 세종청사로 이전한 부처들의 이사비용을 보면 공정거래위원회 24억원, 환경부 26억원, 농림수산식품부 34억원, 기획재정부 45억원, 국토해양부 58억원, 국무총리실 59억원 등입니다. 행복청은 7억원에 불과합니다. 방사청의 이사비용이 7∼8개 부처 이사비용을 합한 수준인 셈입니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정부부처 이사에는 이사비(수용비), 인테리어·방송통신 등 공사비(시설비), 전산장비·집기·비품 등 구입(자산취득비), 장차관 관사 임대료(무형자산비) 등이 포함됩니다. 

방위사업청 전경
방사청 관계자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시설구축 비용 258억원에 전산센터 이전비 등 40여억원 등 이전비용이 총 300억원 정도 된다”며 “직원이 1700명이 넘어 과천청사 두 개 동을 써야하는 데다 다른 부처보다 보안시설 구축비용이 많이 든다”고 설명했습니다. 멀쩡하게 있던 미래부가 거액을 들여 한 동 옆으로 옮기게 된 것도 방사청 보안 등의 문제로 두 개동을 하나로 연결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어쨌든 5동으로 옮긴 미래부가 직원 800여명에 1개동을 옮기는데 44억원이 든 것과 비교하면 방사청의 직원 수와 건물은 2배 규모지만 이사비용은 7배에 달하는 셈입니다.

또 직원 규모가 비슷하고 민감시설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한국전력 이사비용 보다도 3배이상 많습니다. 삼성동에서 나주로 이전한 한전 본사의 인력은 1531명으로, 지방 이전 공공기관 중 최대 규모였습니다. 한전 이사는 4차례에 걸쳐 5t 트럭 835대가 동원됐으며 총 94억원의 이사비용이 소요됐습니다.

방사청이 입주하게 될 정부과천청사 3동과 4동은 현재 리모델링과 동간 연결공사 및 보안시설 구축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며, 오는 11월 말부터 단계별로 이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방사청은 군이 요구하는 무기의 개발과 도입은 물론 방위산업 육성 등을 총괄하는 업무 특성상 독립적이고 폐쇄적인 조직입니다. ‘기밀 유지’라는 명분으로 많은 부분 베일에 가려져 있다보니 늘 비리 의혹이 따라다니기도 합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방위사업청으로 개청한 것도 이런 군 조직의 특수성 등을 겨냥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보안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방사청의 이사 비용을 다른 부처와 단순 비교해 과다하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용산시대를 마감하고 역대 최대 규모의 이사 비용을 들여 새 터전을 잡게 된만큼 방사청이 더 도약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해 봅니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