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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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톡톡] 정치권 말 한마디에 한전주 들썩들썩

증권가로 옮겨간 전기료 누진제 논란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 논란은 증권가로도 번지고 있습니다. 전기료 누진제를 고친다, 만다는 말이 나올 때마다 한전 주가가 춤을 추고 있습니다.

한전은 증권가에서 대표적인 여름 수혜주로 꼽힙니다. 여름철 전기 사용량이 많아지면 한전 실적이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한전 주가는 겨울에 낮아졌다 7∼8월에 상승하는 패턴을 보입니다. 올해도 지난 10일 기준으로 연초 대비 25.2% 주가가 올랐습니다. 7월 이후만 따져도 5% 상승률을 나타냈습니다.

이진경 경제부 기자
불과 며칠 전까지 정부가 “누진제 개편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한전 주가는 상승세였습니다. 저유가로 연료비 등이 감소한 데다 더위로 전기 사용량이 늘면 3분기 실적도 기대할 만하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잇따랐습니다. 그러다 11일 당·정·청이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논의에 본격 착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전 주가는 3.19%나 빠졌습니다. 수익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반영된 것입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한전주식 투자를 놓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먼저 한전이 서민에게 부담을 주는 기업이니 투자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주식으로 돈 버는 게 전부가 아니라며, 국민의 요구를 듣지 않는 데 따른 투자자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와는 달리 주식을 사 주주가 된 뒤 적극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공기업이 국민을 위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감시하는 것도 투자자의 역할이라는 지적입니다.

더위가 사그라질 때까지 증권가에서도 전기요금, 한전 투자를 둘러싼 공방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논란이 말만으로 끝나지 않도록 하는 일입니다. 여러 의견이 모여 전기요금폭탄을 해결하는 합리적인 해결책이 찾아지길 기대합니다.

이진 경 경제부 기자 l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