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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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EU 회원국, 운행·휴식시간 세분화… 도로안전 확보

[도로 위의 ‘시한폭탄’ 화물차] 해외 주요 선진국 보니
해외 주요 선진국은 화물차 운전자의 노동시간에 대한 규제를 세분화해 이들의 노동조건 개선과 도로 위 안전 확보에 힘쓰고 있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계열 사회공공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버스·화물 운전시간 규제의 해외 사례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의회와 유럽연합(EU) 이사회는 2006년 국내외 여객차·화물차 운전자의 운행시간을 제한하고 휴식시간 의무를 명문화한 규칙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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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화물차 운전자의 연속 운전시간은 최대 4시간30분으로 제한되며, 이 시간 동안 운전대를 잡은 뒤에는 반드시 45분간 휴식을 취해야 한다. 운전자가 피로한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는 것을 엄격히 규제하는 것이다. 화물차 운전자의 하루 운행시간은 9시간을 초과할 수 없으며, 예외적으로 일주일에 2차례 10시간으로 연장할 수 있다. 단, 주 운행시간과 2주 운행시간이 각각 56시간, 90시간 미만으로 제한된다.

단속과 모니터링도 철저하다. EU 회원국들은 격년으로 여객차·화물차 운전자의 운행시간을 점검해 그 결과를 EU 집행위원회에 보고하고, EU 집행위원회는 이를 취합해 보고서를 내고 개선 방안을 결정한다.

미국도 화물차 등 사업용 차량 운전자의 운행·휴식시간을 규제해 졸음운전을 예방한다. 화물차 운전자는 하루에 10시간 동안 쉰 뒤에야 최대 11시간 연속 차를 몰 수 있으며, 주 운행시간은 60시간으로 제한된다. 차량용 간이침대를 이용할 경우에는 간이침대에서 8시간 이상 쉬어야 한다는 규정도 마련해 둘 만큼 꼼꼼하다.

호주는 운송업체의 안전 인가 등급에 따라 운전자의 운행·휴식시간을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눠 규제한다. 등급이 높을수록 최대 운행시간이 연장되는 구조다. 안전 인가를 아예 받지 못한 업체와 운전자의 피로를 방지할 수 있다고 증명된 ‘기본 피로 관리’ 등급을 받은 업체의 경우 차량 운전자의 최대 근무시간이 각각 12시간, 14시간을 넘을 수 없다. 가장 높은 ‘고급 피로 관리’ 등급을 받으면 사업자가 차량 운전자의 운행·휴식시간을 제한할 수 있다.

특히 제품을 팔거나 사는 대기업 화주, 화물을 관리하는 물류 회사를 비롯해 도로 위 화물의 공급 사슬에 관여하는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이 같은 규제 위반에 대한 책임을 묻고, 법인에는 개인에게 부과한 벌금의 최대 5배를 물린다.

한국교통연구원 이태영 박사는 “지입차량이 대부분인 국내 현실을 감안할 때 휴식을 강제할 경우 지입차주들이 수주받은 물량을 제대로 소화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며 “여러 측면을 고려해 상세하게 운행시간을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