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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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셀프 개혁’으로 릴레이 검찰 비리 사라지겠나

막강 권한 그대로 둔 채
땜질식 처방으론 안 달라져
청·국회 근본 대책 나서야
검찰이 어제 진경준 검사장 수뢰사건을 계기로 마련한 자체 개혁안을 내놨다. 검찰 간부 비위를 전담하는 특별감찰단을 만들어 내부 감찰을 강화하고 법조비리 전담반을 만들겠다는 것이 골자다. 주식을 과다 보유한 간부의 재산 형성과정 심사, 유관 부서 검사의 주식거래 금지 등 사후약방문식 처방도 담겼다.

검찰이 셀프 개혁안을 내놓은 게 한두번이 아니다. 2010년 ‘스폰서 검사’ 파문 당시에도 검찰은 외부 인사로 감찰위원회를 구성해 감찰 시스템을 바꾸겠다고 했지만 ‘벤츠 여검사’ ‘성추문 검사’ ‘주식 대박 검사’의 등장을 막지 못했다. 진 검사장 파문 이후 검찰이 4개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한 달간 개혁안을 논의했다고 하나 파격적인 내용은 눈에 띄지 않는다. 이런 식의 재탕·땜질 처방으로 제2의 진경준·홍만표 사건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주식을 공짜로 넘기고, 검사장 출신 변호사에 ‘전화 변론’이라도 맡기는 건 검찰의 힘이 그만큼 막강하기 때문이다. 검찰이 수사권과 수사지휘권, 기소권, 공소유지권과 같은 권한을 독점하고 있으니 어떤 식으로든 검사에게 끈을 대려는 편·불법 행위가 벌어지게 마련이다. 이런 권한을 그대로 둔 채 주식 거래를 금지하고 내부 감찰을 강화한다고 법조 비리가 사라질 것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검찰 권력을 줄이고 견제할 근본 대책을 찾아야 한다. 검찰은 수술 메스를 쥔 의사가 아니라 수술대에 오를 환자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를 포함해 검찰의 권한 남용을 막을 제도적 방안을 공론화할 시점이다. 공수처 법안은 여당의 반대, 검찰 로비 등에 막혀 번번이 좌초됐다. 검찰의 자정에 맡길 수 없다면 제도적인 대안을 찾는 게 국회의 역할이다. 정략적 실익을 떠나 국민 눈높이에 맞춘 검찰 개혁을 추진할 책임이 20대 국회에 있다.

검찰에 대한 불신이 높아진 데는 ‘×× 검사’와 같은 돌발 사건 탓도 있지만 수사 중립성 논란의 영향이 크다. 최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비위 의혹에 대한 수사가 대표적이다. 사정당국의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에 검찰 출신이 있는 한 검찰 수사는 청와대 개입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차제에 검찰 수사의 독립성 강화 차원에서 청와대와 검찰 고리를 끊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검사의 법무부 및 외부기관 파견 제한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청와대와 국회는 검찰을 명실상부한 법 질서의 보루로 만들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