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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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세요" "수준이" 장관 검증은 뒷전 추경 대치만

고성·막말 파행속… 16년 만에 첫 야당 단독 ‘반쪽 청문회’ / 비아냥·말싸움 / 조 후보자 오전 내내 한마디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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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여야 의원 간 고성과 막말, 삿대질이 오가며 파행했다. 여야 의원들은 야당의 누리과정 예산안 증액 단독 처리를 놓고 격렬히 대치했다. 결국 여당 의원들이 회의를 집단 보이콧하며 인사청문회를 시행한 2000년 이후 16년 만에 처음으로 야당 단독으로 청문회가 실시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청문회 시작부터 지난 29일 야권 단독으로 교문위 회의를 진행해 누리과정 예산안 6000억원을 추가 편성한 국민의당 소속 유성엽 위원장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곽상도 의원은 “국회가 정부의 동의 없이 추경안을 편성한 것은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은재·이장우 의원 등도 유 위원장이 편파적으로 위원회를 운영한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여당 의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야당 의원들도 맞고함을 질렀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이은재 의원을 향해 “닥치세요”라고 외쳤다. 그러자 과거 수차례 막말 논란에 휩싸였던 이 의원이 “뭐야! 멍텅구리”라고 되받았다. 이에 손 의원은 “몸싸움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 말도 막말이네. 그 역할로 들어오셨죠?”라고 비꼬았다. 화가 난 이 의원은 “뭐라고? 창피하다. 정말 수준이…. 제대로 배워왔어야 말이지”라고 발끈했다.

새누리는 어디에…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왼쪽 첫번째)가 3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날 청문회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지난 29일 야당의 추경안 단독 처리를 문제삼으며 파행했고, 결국 오후에 야당 의원들만 참석한 채 진행됐다.
남정탁 기자
여야 간 대치가 이어지며 인사청문회는 오전 내내 진행되지 못했고 새누리당 의원들은 오후에 재개된 회의에도 불참했다. 결국 야당의원 만으로 인사청문회가 열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야당은 각종 의혹이 제기되는 조 후보자를 방어하기 위해 새누리당 의원들이 일부러 추경안 통과를 문제삼으며 조직적으로 회의를 파행시킨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냈다. 더민주 안민석 의원은 “이런 식으로 자꾸 말씀하시고 청문회를 진행하지 않으면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애서 염동열 새누리당 간사와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유성엽 위원장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애서 염동열 새누리당 간사가 유성엽 위원장에게 항의를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오후 3시부터 가까스로 시작된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조 후보자의 재산 증식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더민주 김병욱 의원은 “조 후보자 부부가 2013년 이후 23억 이상을 수입으로 올렸음에도 재산 신고액은 5억1000만원 가량만 증가했다”며 ‘소득 축소신고 의혹’을 제기했다. 같은당 김민기 의원도 같은 취지의 지적을 하며 “합리적으로 맞아들어가려면 돈을 도둑 맞았거나, 벽장에 현금 쌓아놓고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회의 참석하지 않아 회의가 지연되자 조윤선 후보자가 회의 시작을 기다리다 잠시 회의장 밖으로 나갔다 돌아오고 있다.
남정탁 기자
조 후보자는 이에 대해 “가처분소득을 계산하며 공제할 부분이 공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지출액이 부풀려졌다”고 해명했다. 남편의 사무실 운영비와 자녀의 유학자금등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에 같은당 안민석 의원은 “2013년~2016년까지 두 자녀에게 50만달러를 보낸 것으로 돼 있다. 매년 10만달러씩 보낸 셈”이라며 “그러나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는 최소 연간 10만달러를 내야하는 곳인데 계산이 안맞는다”고 지적했다.

조 후보자는 국회의원 시절, 변호사인 남편이 피감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 관련 사건 수십 건을 수임한 것에 대해 “남편이 어떤 회사를 대리했는지는 가족 간에도 얘기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밖에 조 후보자가 문화·예술 분야에서 경력이 없는 점, 후보 지명 뒤 불거진 ‘보도 통제’ 논란, 딸의 인턴 채용 의혹 등도 도마에 올랐다. 조 후보자가 시종 자세를 낮춰 답변하며, 고성이 오고갔던 오전 회의와 달리 오후엔 상대적으로 차분하게 진행됐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